향피<鄕避>제도 도입 갈등

향피<鄕避>제도 도입 갈등

입력 2004-01-31 00:00
수정 2004-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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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방지위원회와 민원부서 일선 공무원들이 ‘향피제도(鄕避制度)’ 도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말 부방위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패방지 현안 및 대책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향피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일선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부방위는 지역 토착비리를 없애기 위해 국토관리청,세무서,경찰서,시·군·구 민원부서 등 대민행정업무 취약부서에 ‘대규모 인사이동’을 실시,부패연결 고리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올 상반기 실태조사를 거쳐 하반기에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피제도는 대상 공무원의 고향을 피해 발령냄으로써 토착세력과의 유착을 차단,부정부패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도다.그러나 이들 공무원이 연고지가 없는 곳으로 발령남에 따라 부모공양,자녀교육,경제적인 어려움,가정문제 등에 대한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미 실패한 제도”

지난달 17일 5개 국토지방청의 기술직 공무원 대표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자구책을 논의했다.이들은 향피제도 도입 반대를 위해각 지방청별로 대안을 모아 다음달 중 건교부 직장협의회와 함께 부방위를 항의방문키로 했다.

이미 건교부에서 지난 1997∼98년에 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시행했으나 실패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더욱이 향피제도에 의해 부산에서 원주로 발령난 6급 직원이 98년 심한 스트레스를 못이기고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천만원에 이르는 전세자금 때문에 경제적인 타격이 심하다는 분석도 있다.현지에서는 융화가 안돼 업무수행이 어렵고 일보다는 컴백하기 위한 로비에만 힘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와 함께 근무성적평정시 평정단위를 달리하는 기관으로 전보됨에 따라 승진서열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건교부 직장협 홈페이지 게시판에 ‘향피제 경험자’라고 소개한 직원은 “향피제를 꺼내든 사람들이 향피제 경험이 한번이라도 있는지,아니면 단순히 책상 위에서 생각을 해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건교부의 한 6급 직원은 “이미 수년전에 시행한 제도를,그것도 실패한 제도를 다시 시행키로 한 것은 부방위의 한건주의에 다름아니다.”면서 “최소한의 사례조사도 안 한 재탕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예정대로 진행한다”

이에 대해 부방위는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고 있다.

부방위 관계자는 “그동안 부정부패가 없었으면 대규모 인사이동이라는 고육책이 나왔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예정대로 상반기 중에 실태조사를 마치고 하반기에 대규모 인사이동을 시행토록 하겠다.”면서 “그러나 제도개선을 곁들이고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대규모 인사이동에 따른 충격을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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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기자 dragon@
2004-01-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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