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학의 대가’ 위기의 계절/임승남 롯데건설 사장

‘실패학의 대가’ 위기의 계절/임승남 롯데건설 사장

입력 2004-01-19 00:00
수정 2004-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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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학의 대가,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롯데건설 임승남 사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전문경영인으로 승승장구해 온 그가 본의 아니게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연관돼 수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임 사장은 건설업계에 처음으로 실패학을 도입하는 등 재계를 통틀어서도 국내에서 몇 안되는 ‘실패학 대가’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그는 2001년 5월에는 일본인 하가 시게루(芳賀 繁·릿쿄대 교수)가 지은 ‘이제는 실패학이다’라는 책을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월요일마다 직원들과 ‘실패회의’

연세대 화공과를 졸업하자마자 롯데그룹에 공채 1기로 입사,25년 만인 지난 79년 롯데리아 대표이사에 오른 뒤 롯데월드·롯데물산 등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을 두루 거쳤다.

1998년에는 롯데건설 사장에 취임했다.당시 롯데건설은 매출액 7000억원대의 건설업계 시공능력 순위 18위의 중견업체에 불과했다.그러나 지난해 롯데건설은 매출액 2조원을 돌파했다.시공능력평가순위도 8위로 올라섰다.6년여 만에 매출액을 3배 가까이 늘리며 건설업계 10위권에 진입한 것.

그는 취임초 IMF위기 와중에 서초동에 평당 분양가가 1000만원이 넘는 50∼60평형으로 구성된 ‘캐슬84’를 처음 분양했다.직원들은 “수요가 없을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임 사장은 밀어붙였다.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롯데건설의 성장에는 임 사장의 독특한 경영철학이 한몫을 했다.직원들과 매주 한 차례 여는 실패회의는 유명하다.직원들이 서로 실패 경험담을 털어놓고 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소문난 마당발…각계 인사 2000여명과 교유

임 사장은 또 재계의 마당발로 통한다.경제계는 물론이고 사회 각계에 지인들이 많다.그와 교유하는 인사만해도 2000여명이 넘는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이들은 임 사장의 인맥관리가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천성적이라고 말한다.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두주불사형이다.술과 함께 마음도 열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 보면 그를 기억하게 되고,가까워진다.하지만 술을 먹은 후에는 반드시 러닝머신에서 달리며 술을 깨고 잘 정도로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이처럼 바쁜 와중에도 영어·프랑스어·독일어·일어에 이어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지난 1년간 아침 학원 출석부에 도장을 찍었다.중국진출은 노린 준비작업으로 알려졌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관심도 사람을 사귀는 또 다른 무기다.회사를 좋지 못한 일로 떠난 사람에게도 가족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면 보탬을 준 적도 많다.

그런 그가 최근 검찰에서 몇 차례 조사를 받았다.사법처리 소문도 돌고 있다.주변에서는 다른 건설업체가 비자금 창구로 주로 활용되면서 롯데건설도 마찬가지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실제로 조사해 보니 소문과 달리 별 것이 없었다는 얘기도 나돈다.

어쨌든 임 사장은 경영자 생활 25년여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자칫하면 자신이 일궈온 신화들이 실패로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실패학의 대가가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김성곤기자 sunggone@
2004-01-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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