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문화접대

[씨줄날줄] 문화접대

이상일 기자 기자
입력 2004-01-17 00:00
수정 2004-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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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따라 ‘갑(甲)’과 ‘을(乙)’의 신분이 있다.”어느 기업인의 통찰이다.그는 기업에 있는 사람은 대체로 을이라고 한탄했다.을은 갑의 기분에 맞추어야 한다.갑이 술 마시자고 하면 을은 몸이 아파도 같이 술잔을 기울여야 한다.갑은 정치인,관료,대기업 구매담당자,언론인 등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접대비는 영어로 ‘오락비’(entertainment expenses).오락은 어디까지나 접대받는 사람의 입장일 뿐이다.접대하는 사람에게 접대 행위 자체는 스트레스요 과중한 노동이 될 수 있다.접대의 수단은 세월과 함께 바뀌어 밤새 화투판을 벌여 돈을 잃어주는 접대 풍속은 상당부분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몸 생각하자며 골프 접대가 늘었지만 여전히 룸살롱 등 고급 술집은 이용되는 모양이다.

접대 방식에 기업들이 요즘 골치를 앓고 있다.국세청이 건당 50만원 이상의 접대비를 지출할 때 접대 상대방을 기록하도록 ‘접대실명제’를 실시키로 하면서 골프나 술 접대가 번거롭게 됐기 때문이다.물론 빠져나갈 방법이야 없겠는가.금액을 분할해 여러장의 영수증을 끊든가 여러 카드를 들고가 50만원이하로 긁어도 될 것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접대실명제 실시 발표이후 접대 문화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때문이다.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에 이른바 ‘문화접대’문의가 늘었다고 한다.즉 춤 연극 공연 등에 기업이 협찬을 하고 받은 입장권 등을 거래 상대방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땅의 희한한 접대문화속에 ‘문화접대’라는 말까지 등장했지 외국에서 기업들이 문화예술과 스포츠 등에 지원하는 ‘메세나(Mecenat)’는 운동으로까지 확장됐다.수년전 김민기 연출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어느 외국기업이 1억원을 전격 지원한것처럼 예술행사 후원은 외국에서는 흔한 일이다.배우 송승환 기획의 ‘난타’공연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필요자금 7억원 중 3억원을 지원한 요인도 있었다.최근 일고 있는 문화접대 분위기가 기업문화를 순화시키면서 이 땅의 문화 진흥에 도움이 됐으면 싶다.초창기인 메세나 운동 또한 발전시킬 요인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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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논설위원
2004-01-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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