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학생 출석정지제 논란/“감싸안고 선도를” “다수위해 징계를”

폭력학생 출석정지제 논란/“감싸안고 선도를” “다수위해 징계를”

입력 2004-01-08 00:00
수정 2004-01-0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을 일정 기간 학교에서 격리하는 ‘출석정지제’의 시행과 관련,교육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가해학생도 학생인 만큼 학교에서 감싸안아야 한다.”는 선도우선론에 맞서,“소수의 문제학생 때문에 다수의 학습권 등이 침해된다.”는 징계강화론이 대두되고 있다.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12월29일 국회를 통과,시행까지는 아직 몇개월이 남아 있지만 벌써부터 출석정지,신고 의무화 등 관련 조항의 현실성·실효성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특히 입법을 추진한 국회의원들이 교사나 시민단체 등 현장의 목소리를 소홀히 다뤘다는 비난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학교폭력 건수는 감소,폭력성은 심각해져

새 법은 ‘학교 안팎에서 학생 간의 폭행·협박·따돌림 등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정신 또는 재산의 피해’를 통틀어 학교 폭력이라고 정의했다.

학교폭력은 해마다 건수는 줄고 있지만 폭력의 정도는 심각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교육부의 지난해 국감자료에 따르면 학생폭력을 저지른 비행학생 수는 2000년 1만 1460명·2001년 1만 1221명·2002년 7262명 등으로 감소추세를 보인다.

2002년 통계를 학교 급별로 보면 중학생이 4187명,고교생이 3075명으로 중학생이 좀더 많다.학교폭력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증거이다.남녀 중학생별로는 남학생 1861명,여학생 2326명으로 여학생이 많다.또 고교생은 남학생이 2017명·여고생이 1058명이다.이에 따른 학교측의 징계는 퇴학 137명·특별교육 786명·사회봉사 1754명·학교봉사 4588명 등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폭력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2002년 4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친구 살해사건에서 보듯 폭력성은 더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해학생 수용 프로그램 마련 바람직

현행 법에 따르면 의무교육이 시행되는 초·중학생에 대해서는 퇴학처분을 내릴 수 없다.가장 큰 징계가 일정기간 특별교육 이수이다.

따라서 출석정지를 내릴 수 있게 되면 징계의 유형이 훨씬 다양화되고 강화되는 셈이다.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교에서 퇴학처분이 가능토록 규정하면서도 퇴학처분 전에 일정기간 가정학습을 시킬 수 있는 권한을 학교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출석정지 조치가 도입될 것이 확실되는 가운데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측은 “국회로부터 제정법안을 받는 대로 출석정지 등 구체적인 규정을 담은 시행령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출석정지의 대상이나 기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S고에서 학생생활지도를 담당하는 김모(29)교사는 “출석정지가 학교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사회봉사만으로도 학생들을 선도하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출석정지의 시행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고교 2학년 학생을 둔 학부모 최모(44·서울 종로구)씨는 “폭력 가해학생은 버젓이 학교를 다니고 피해학생은 입원해 있거나 전학가는 현실은 부당하다.”면서 “학교가 가해학생도 포용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보다 강한 징계도 시급하다.”며 출석정지제에 찬성했다.

학교사랑실천연대 남승희 운영위원장은 “출석정지의 시행에 앞서 대상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안학교나 대안프로그램 등 사회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해학생의 징계 가운데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및 협박의 금지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학교안에서 가해학생에게 ‘피해학생으로부터 ○○m 접근을 금지하라.’는 식으로 명령을 내릴 경우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어떻게 확인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피해학생들에 대한 ‘치료를 위한 요양’의 경우,예산 확보 뿐만 아니라 전문치료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치료 요양’이 피해 보상의 최소 조건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학교폭력 신고 의무화 실효성 논란

제정된 법에는 학교폭력의 신고 의무화 규정이 실려 있다.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 경우 학교 등 관계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또 누구라도 학교폭력의 예비·음모 등을 알게 된 자는 이를 학교 또는 자치위원회에 고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특히 교원은 반드시 학교장에게 보고토록 했다.나아가 학교장이 선임한 학교폭력 책임교사에게는 ‘적정한 수당’을 지급토록 명시했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 사이에는 “국회의원들이 학교폭력에 대해 교육 차원이 아닌 법의 잣대로만 생각한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교사들의 책무를 형식적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얘기다.학생폭력의 예비·음모를 신고한다고 치더라도 나중에 어떻게 입증하느냐도 문제일 수밖에 없다.

충남 C고교의 학생부장인 김모(50)교사는 “문제 학생들을 가장 잘 알고 선도할 수 있는 교사는 담임”이라면서 “담임교사가 지도할 수 있는 부분까지 학교장에게 보고토록 의무화한 조치는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 조흥순 교권정책본부장은 “학교폭력전담 ‘책임교사’를 따로 두려는 것은 이해되지만 수당 지급은 좀더 신중한 검토를 통해 모든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학생생활지도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美·獨등선 철저한 심사거쳐 엄격히 징계

미국·독일·호주·프랑스 등은 비행학생을 엄격하게 징계한다.물론 징계위원회의철저한 심사를 거치게 돼있다.

독일의 상당수 주는 구두 경고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상황에 따라 ▲특정 교과목에서 4주 동안 격리 ▲3∼6일 학교수업 금지 ▲다른 학교 전학 ▲퇴학 경고 및 퇴학 등의 조치를 내리도록 하고 있다.프랑스도 8일 이상의 유기정학이나 퇴학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박홍기기자 hkpark@
2004-01-08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