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땅 아테네에서 한국축구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경기도 파주 벌판에 몰아친 삭풍은 매서웠다.그러나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백호구장의 골대를 휘감은 칼바람도 김영광(21·전남)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앞에서는 여지없이 수증기로 녹아내렸다.쉴새없이 날아드는 공을 쳐내느라 벌겋게 달궈진 그의 얼굴은 연신 뜨거운 김을 토해냈고,갈기 같은 노랑머리를 타고 흐르는 땀은 그칠 줄 몰랐다.
지난달 8일 김영광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알 나얀 경기장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은 채 한없이 눈물을 뿌렸다.천신만고 끝에 오른 제14회 세계청소년(20세 이하)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일본에 뼈아픈 골든골을 허용해 20년만의 4강 신화 재현 꿈을 날린 것.“머리가 깨져 실려 나가더라도 골은 막고 나가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것이 못내 원통했다.
“사카타 다이스케가 차 넣은 공을 주워 들고 하프라인 쪽으로 걸어가는데 한순간에 다리가 풀리데요.하필이면 일본에 그렇게 처참하게 졌다고 생각하니 왈칵 눈물이 솟더라고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부다비에서 뿌린 눈물을 수백배 많은 땀으로 바꾸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아테네올림픽(8월)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호주 전지훈련과 카타르 10개국 초청대회에 대비한 올림픽대표팀 소집은 지난달 31일.그러나 남들보다 8일이나 먼저 NFC에 들어온 것도 그런 이유였다.
골키퍼 장갑을 처음 손에 낀 순천 중앙초등학교 시절 이후 유소년대표팀과 청소년대표팀의 붙박이 수문장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온 그는 지난해 말레이시아4개국대회부터 세계청소년선수권 독일전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쳐 ‘제2의 올리버 칸’ ‘포스트 이운재’ 등으로 불렸지만 이젠 찬사를 기억속에 묻어버렸다.연말 팬들이 뽑은 ‘베스트 11’에서 형님들을 제치고 당당히 5위를 차지한 기쁨도 청소년대표 유니폼과 함께 접었다.
88서울올림픽 이후 줄곧 본선에 올랐으면서도 번번이 조별리그 탈락에 그친 올림픽대표팀의 부진을 아테네에서만은 털어내겠다는 게 꿈이자 각오다.
‘악바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목표 또한 다부지다.“3∼5월최종예선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뒤 올림픽 본선에서 4강에 오르는 게 목표입니다.무리라고 볼수도 있지만,힘들어야 이루어진다는 게 제 신조입니다.청소년선수권에서 못 이룬 꿈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그의 굵은 땀방울에서 한국축구가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낼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최병규 기자 cbk91065@
경기도 파주 벌판에 몰아친 삭풍은 매서웠다.그러나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백호구장의 골대를 휘감은 칼바람도 김영광(21·전남)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앞에서는 여지없이 수증기로 녹아내렸다.쉴새없이 날아드는 공을 쳐내느라 벌겋게 달궈진 그의 얼굴은 연신 뜨거운 김을 토해냈고,갈기 같은 노랑머리를 타고 흐르는 땀은 그칠 줄 몰랐다.
지난달 8일 김영광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알 나얀 경기장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은 채 한없이 눈물을 뿌렸다.천신만고 끝에 오른 제14회 세계청소년(20세 이하)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일본에 뼈아픈 골든골을 허용해 20년만의 4강 신화 재현 꿈을 날린 것.“머리가 깨져 실려 나가더라도 골은 막고 나가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것이 못내 원통했다.
“사카타 다이스케가 차 넣은 공을 주워 들고 하프라인 쪽으로 걸어가는데 한순간에 다리가 풀리데요.하필이면 일본에 그렇게 처참하게 졌다고 생각하니 왈칵 눈물이 솟더라고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부다비에서 뿌린 눈물을 수백배 많은 땀으로 바꾸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아테네올림픽(8월)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호주 전지훈련과 카타르 10개국 초청대회에 대비한 올림픽대표팀 소집은 지난달 31일.그러나 남들보다 8일이나 먼저 NFC에 들어온 것도 그런 이유였다.
골키퍼 장갑을 처음 손에 낀 순천 중앙초등학교 시절 이후 유소년대표팀과 청소년대표팀의 붙박이 수문장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온 그는 지난해 말레이시아4개국대회부터 세계청소년선수권 독일전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쳐 ‘제2의 올리버 칸’ ‘포스트 이운재’ 등으로 불렸지만 이젠 찬사를 기억속에 묻어버렸다.연말 팬들이 뽑은 ‘베스트 11’에서 형님들을 제치고 당당히 5위를 차지한 기쁨도 청소년대표 유니폼과 함께 접었다.
88서울올림픽 이후 줄곧 본선에 올랐으면서도 번번이 조별리그 탈락에 그친 올림픽대표팀의 부진을 아테네에서만은 털어내겠다는 게 꿈이자 각오다.
‘악바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목표 또한 다부지다.“3∼5월최종예선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뒤 올림픽 본선에서 4강에 오르는 게 목표입니다.무리라고 볼수도 있지만,힘들어야 이루어진다는 게 제 신조입니다.청소년선수권에서 못 이룬 꿈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그의 굵은 땀방울에서 한국축구가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낼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최병규 기자 cbk91065@
2004-01-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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