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광장] 인턴 유감

[젊은이 광장] 인턴 유감

홍지윤 기자 기자
입력 2003-12-27 00:00
수정 2003-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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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줘도 좋아요.일만 시켜주세요.’

가까운 친구가 한 광고회사에 인턴사원으로 들어갔다.졸업을 앞두고 백수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요즘 인턴직도 감지덕지라고 했다.그러나 한달 남짓 회사를 다니던 그 친구는 조금씩 고충을 털어놓았다.처음에는 엄살로 들렸지만 친구의 목소리는 꽤 지쳐 있었다.출근시간은 아침 9시로 일정하지만 퇴근 시간은 밤 10시,11시를 넘기기 일쑤다.아르바이트와 별 차이 없는 낮은 보수에 단순보조 업무.일한 시간만큼 돈 받고 퇴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보다 못하다고 친구는 하소연했다.

결정적으로 의욕을 잃게 하는 것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정규직으로 채용될 확률이 높다는 막연한 희망만 가지고 과다한 업무를 버텨내는 일은 고단하다.취업의 높은 문턱을 다시 한번 실감할 뿐이다.

기업은 좋은 인재를 뽑고,구직자는 사회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인턴 사원제는 양자 모두에게 매력적이다.그러나 취업대란의 전선에 선 구직자에게 인턴직은 살아남기 위한 절실함이다.웬만한 회사의 인턴십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높은 자격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거나 몇백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무급을 감수하더라도 인턴으로 일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취업전문사이트 잡코리아가 대졸 취업준비생 725명을 조사한 결과 인턴직을 원하는 79% 가운데 37.3%는 ‘무급이라도 하고 싶다.’고 답했다.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구직자의 절박한 심정을 쉽게 읽을 수 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구직자는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눈을 질끈 감는다.최근 유명 이동통신회사들은 인턴사원을 뽑으면서 ‘200명 신규 고객 확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우수한 영업인재를 뽑기 위한 선발방식이라고 설명하지만 구직자의 절박함을 이용한 얄팍한 상술로 보인다.

취업사이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인턴사원 모집공고 가운데 이런 방식으로 영업사원을 모집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물건을 팔아오거나,고객을 모아오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 인턴 제도는 말만 ‘인턴’이지 피라미드 회사와 무엇이 다른가.

무엇보다 인턴사원의 큰 상처는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을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면서 비롯된다.이 같은 희망은 불리한 처우와 고단한 업무를 참아내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다.하지만 정규직 전환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취업전문사이트 인크루트가 1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턴 채용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30∼50%’인 기업이 56%,‘30% 미만’인 기업이 33%를 차지했다.반면 정규직 전환 비율이 ‘50∼70%’인 기업은 11%에 불과했으며 70%이상은 한 곳도 없었다.정규직 채용을 기대하는 인턴사원과 검증된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기업.동상이몽으로 상처받는 것은 결국 약자인 인턴사원이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한다.원하는 분야 또는 회사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인생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그러나 ‘이십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요즘.그들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기업의 이기주의가 얄밉다.정부가 인턴채용을 적극 장려하고 지원금까지 지급하는 등 인턴채용이 더 늘어난다고 한다.

젊은이에게 의욕을 불러일으켜 줄 수 있는 인간적이고 건설적인 인턴채용이 늘어나길 바란다.물론 이 모든 것은 취업대란이라는 큰 굴레에서 벗어나야 해결될 일이겠지만 말이다.

홍 지 윤 이대 웹진 DEW 편집위원
2003-12-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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