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우리말 오류사전

책/우리말 오류사전

입력 2003-12-24 00:00
수정 2003-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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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희·이경수 등 지음 경당 펴냄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알싸한,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는 이처럼 노란 동백꽃이 등장한다.하지만 고창 선운사나 여수 오동도에 피는 동백꽃에는 붉은 색과 흰색은 있어도 노란색은 없다.어떻게 이런 모순이 생기게 된 것일까.김유정의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 소설의 배경이 강원도 산골이라는 사실로 미뤄 볼 때 강원도 지역에서 ‘동박꽃’으로 불리는 생강나무 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우리말 오류사전’(박유희·이경수 등 지음,경당 펴냄)은 우리가 흔히 잘못 쓰는 표기와 표현의 사례들을 낱낱이 제시한다.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우리말에 씌워진 과도한 포장과 오해,편견 등은 완고한 규범만큼이나 우리말을 옥죄는 족쇄가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한국어교육 전문가인 저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 중 하나가 문체의 효과를 내기 위한 표현을 용납하지 않는 태도다.예컨대 피동표현은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능동 표현으로 바꿔 써야 한다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저자들은 윤동주의 시 ‘쉽게 씌어지지 않는 시’를 예로 들어 반박한다.‘씌어지다’라는 이중피동 표현은 문체 효과의 측면에서 볼 때 마땅히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일본 한자어는 무조건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 또한 오류라고 지적한다.결혼,기라성,애매,입장 같은 말은 흔히 일본 한자어로 통한다.1948년에 편찬된 ‘우리말 도로 찾기’에는 ‘결혼’이라는 단어는 일본 한자어이므로 이를 버리고 혼인으로 바꿔 써야 한다고 돼 있다.그러나 결혼은 일본에서도 쓰이는 한자어일 뿐,일본 한자어인 것만은 아니다.일찍이 ‘고려사’에도 고려 원종 15년(1274년)에 원나라의 만자군(蠻子軍)에게 혼인시킬 여자를 뽑아 들이기 위해 설치한 임시 관아를 ‘결혼도감’이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입장’이나 ‘애매’라는 말이 일본 한자어이므로 쓰지 말고 ‘처지’나 ‘모호’라는 말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 또한 짧은 생각이다.기라성이 일본 한자어에 기원을 둔 말이기 때문에 ‘빛나는 별’로 순화해 써야 한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저자들의 견해.기라성이라는 조어는 비록 나타나지 않지만 ‘기라’라는 한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쓰였다.‘기라향(綺羅香)’이라는 단어가 있는데,이는 조선 순조시대 연경당에서 진작(進爵)할 때에 보상무(寶相舞)의 반주음악으로 연주하던 악곡을 말한다.이 책이 이처럼 우리말과 글을 바로 써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관념 또한 적지않은 오류를 낳는다는 사실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우리말 가꾸기 책들과 구분된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2003-12-2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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