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자금 무제한 기부 금지

美, 정치자금 무제한 기부 금지

입력 2003-12-12 00:00
수정 2003-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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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백문일특파원|선거 때면 정당이 기업 등으로부터 수백만달러씩 돈을 받아 쓰던 관행이 연방대법원에 의해 불법으로 최종 확정됨에 따라 미국의 정치자금 모금 및 분배관행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

미 대법원은 10일(현지시간) 위헌 논란을 일으킨 ‘선거개혁법안’에 찬성 5 대 반대 4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법안 발의자인 존 매케인과 러셀 페인골드 상원의원의 이름을 따 ‘매캐인-페인골드’ 법안으로 불린 선거자금개혁법안은 지난해 3월 의회에서 통과됐다.기업이나 노동단체,개인 등이 정당에 무제한적으로 줄 수 있는 정치·선거자금을 금지하는 내용이다.하지만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의원과 전국총기협회(NRA),미시민자유연맹(ACLU) 등은 대통령의 서명 직후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위헌 소송을 내 법의 발효가 연기됐다.

●개인별 소액 기부는 가능

대법원은 그러나 이날 판결에서 “소프트 머니가 (정치에) 부도덕한 영향력을 미치거나 부패의 조짐을 야기한다는 의회의 믿음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의합헌 판결에 따라 ‘매케인-페인골드’ 법안은 내년 대선부터 적용된다.내년 1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열리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후보들은 소프트 머니를 사용할 수 없다.‘워터게이트 사건’의 여파로 1974년 개인 및 이익단체의 후보 기부액을 1000달러와 5000달러로 제한한 이래 가장 광범위한 정치자금법 개혁이다.

대신 정당들과 후보들은 이른바 ‘하드 머니’를 받을 수 있다.연방 공무원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선거 때마다 기부자별로 2000달러까지 모금할 수 있으며 각 정당은 선거와 관계없이 매년 기부자별로 2만 5000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부시에는 유리,민주당에는 불리?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뒤 선거를 실제 주관하는 공화·민주 양당의 전국위원회는 불만이 높았다.이들은 법안 무효판결이 나면 기업으로부터 즉각 소프트 머니를 거둬들인다는 전략까지 세웠다.특히 부시 대통령에 비해 선거자금 모금 능력이 훨씬 떨어지는 민주당 후보들은 은근히 소프트 머니의 부활을 기대했다.

소프트 머니가 아닌 정치적 행사를 통한 모금액은공화당측이 민주당을 2배 정도 앞선다.지금까지 부시 대통령은 1억 1000만달러를 모금했고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2500만달러에 불과하다.

●정치개혁 성공여부는 불투명

각 정당을 지지하는 비영리단체로 소프트 머니가 유입되는 것은 금지대상이 아니다.때문에 선거에서 제 3의 단체를 통한 특정 후보나 정당을 위한 우회적인 자금 지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당장 국제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가 부시 대통령 낙선을 위해 진보주의 단체에 500만달러를 지원한 게 대표적 사례다.

매코넬 상원의원은 “소프트 머니는 사라진 게 아니라 그 주소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선거운동 전문가들도 법안이 선거에 임박해 소프트 머니를 이용한 ‘이슈 광고’는 금지하고 있으나 우편이나 e메일 또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한 자금지원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

제도적으로는 30년만의 큰 진전이지만 실제 선거자금을 규제하는 데에는 헛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mip@

■하드 머니 소프트 머니

미국 정치자금은 크게 ‘하드 머니(hard money)’와 ‘소프트 머니(soft money)’로 나뉜다.

이번에 전면금지된 소프트 머니는 정당에 주는 헌금으로 금액에 제한이 없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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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머니는 정당의 지방자치단체 선거비용,투표 독려 활동,선거와 무관한 정당활동 등에 쓸 수 있다.하지만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 않아 각 정당이 거액의 정치 자금을 모으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반면 하드 머니는 정치인 개인에게 기부하는 돈으로 모금에서부터 지출까지 철저하게 연방선거법의 규제를 받는다.액수도 제한하고 있다.
2003-12-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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