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얼굴

책 / 얼굴

입력 2003-11-12 00:00
수정 200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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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맥닐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펴냄

지구상에는 60억 이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그들의 얼굴은 모두 다르다.이론적으로 가능한 얼굴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소립자의 수를 능가한다고 한다.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인 대니얼 맥닐이 쓴 ‘얼굴’(안정희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은 이처럼 다양한 얼굴만큼이나 읽는 사람에게 다르게 다가온다.코를 미학적으로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눈을 살아 있는 생물처럼 느끼는 사람,여자의 입은 모름지기 작아야 한다고 고집하는 사람….저자는 시대와 지역과 분야를 가로질러 부위별로 ‘얼굴여행’을 떠난다.

가장 매력적인 코란 어떤 것일까.미국 여류작가 루이저 메이 올콧의 소설 ‘작은 아씨들’에서 에이미는 낮은 코를 최대의 불운으로 간주,어떻게든 높여보기 위해 빨래집게로 집는다.르네상스시대의 미학자 아뇰로 피렌주올라는 들창코를 흉한 것으로 규정했지만 영국 작가 새커리는 소설 ‘허영의 시장’의 여주인공 베키 샤프에게 들창코를 주었다.소설가 디킨스는 들창코를 비판하는 것은질투 때문이라고 보았다.과학자들은 남성은 작은 코를 가진 여성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고 말한다.마릴린 먼로는 웃을 때 윗입술을 아래로 당기는 연습을 했다.그러면 코가 더 작아 보일까 해서였다.코에 관한 상징은 양극단을 달린다.

육체의 어느 부분도 눈만큼 내면을 잘 드러내지는 못한다.로마의 정치가 대(大)플리니우스의 말처럼 눈은 영혼의 창이다.그것은 얼굴의 심리적 중심이며 가장 섬뜩한 상징이다.마호메트는 카바 신전 안의 우상을 공격할 때 제일 먼저 눈을 표적으로 삼았고,남아메리카의 파린틴틴 인디언은 귀신이 앞을 보지 못하도록 죽은 적의 눈을 먹었다.여자의 커다란 입이 역사상 아름다움의 조건으로 인식된 적은 거의 없다는 점도 흥미롭다.반면에 작은 입은 종종 미인의 필수조건으로 간주됐다.특히 빅토리아 시대에는 작은 입을 품위 있고 우아한 것으로 여겼다.이 책을 읽으면 “모든 것이 얼굴에 있다.”는 로마 철학자 키케로의 말이 한층 설득력 있게 들린다.2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2003-11-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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