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선언일 폐지 신경전

인권선언일 폐지 신경전

입력 2003-11-04 00:00
수정 2003-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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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3년 이후 정부기념일로 지정된 세계인권선언기념일(12월 10일) 폐지를 놓고 국가기관간에 신경전이 한창이다.

법무부는 선진국에서도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을 정부기념일로 지정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기념일이 인권향상을 선언한 의미있는 날인 만큼 주관 부처의 이관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3일 우여곡절 끝에 국가인권위를 주관기관으로 결정했지만 인권위를 중앙행정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까지 겹쳐 이를 둘러싼 설전이 가열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은 유엔이 지난 48년 ‘세계인권선언’을 채택,선포한 것을 기념한 날로 회원국들에게 매년 12월 10일을 ‘인권의 날’로 제정할 것을 요구한데서 비롯됐다.정부는 지난 73년 국민의 인권의식을 고취한다는 취지에서 정부기념일로 지정한 뒤 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를 가져왔다.

하지만 법무부는 행사에 공무원이 동원되는 등 상당한 행정력과 비용이 들어가고,선진 외국의 예를 들어 정부기념일에서 폐지해줄 것을 지난 8월 행정자치부에 요청했다.덧붙여 기념행사도 민관단체로 이관해 달라고 했다.

법무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국가인권위가 발끈했다.세계인권선언기념일을 민간단체 주관행사로 축소하는 것은 정부의 인권의식 수준을 반영한 처사라며 인권위로의 이관을 주장했다.

한발 더 나아가 국가인권위법을 개정해 기념일 행사를 주관하는 근거까지 마련하겠다는 구체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행자부는 그러나 현재 각종 정부기념일은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령에서 삭제한 뒤 개별법으로 다시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이는 지난해 11월 김창국 위원장의 국외출장건으로 촉발된 인권위의 중앙행정기관 여부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조치이기도 하다.

인권위 남규선 공보관은 이에 대해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을 민간단체에 이관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인권위가 기념일 행사를 주관하기 위한 근거를 인권위법에 담을 수 없다면 시행령을 개정해서라도 근거를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락기자 jrlee@
2003-11-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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