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모르겠습니다.글쎄요.네.글쎄요.미안합니다.”
지난 주말,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한 기자의 취재전화에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글쎄요.”만 되풀이했다.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한 관계자도 “대답하지 못하는 것 알지 않느냐.”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받아주면 그나마 고맙다.통화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겠다는 것인지,아예 전화를 안받는 이들도 많다.일부 기자는 “당신과 통화하는 것 자체가 신변에 위협이 된다.”는 말을 관리들로부터 들었다며 불쾌해했다.평소 허물없이 지내던 한 실무자는 정부청사 주변에서 마주치자 눈을 껌벅한다.모르는 사이인 양 지나쳐 주면 고맙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외교부·국방부 등 안보 관련 부처에 ‘보안감사’가 강화되면서 생긴 풍경들이다.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달 초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가 국회의원을 통해 공개되고,청와대 핵심참모 및 안보 관련 부처 관계자들의 파병 관련 언급이 혼선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대대적 감사에 돌입했다.청와대 현직의 특정인을 겨냥한 12년 전 ‘안기부 정세보고’문건이 인터넷신문에 전재될 정도였으니,‘기강단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감사결과 적발된 사람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것”이란 말까지 했다.
정부 당국자들과 기자들의 전화통화 내역,사무실 안팎에서 만남도 조사된 것으로 알려졌다.이같은 보안감사 한파탓에 여의도 증권가에 떠돌던 ‘정보지’들도 현격히 줄어들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는 문희상 비서실장을 통해 NSC·외교부·국방부·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등을 두루 경고하는 선에서 보안감사 관련 1차 조치를 끝냈다.
여기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정부가 ‘언론의 책임’,‘국익’ 운운하면서 반박하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다만,기자들의 부처 사무실 출입을 전면통제하고 있는 참여정부가 그리고 있는 2003년 가을의 한 풍경을 전하고 싶을 뿐이다.
김수정 정치부 기자 crystal@
지난 주말,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한 기자의 취재전화에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글쎄요.”만 되풀이했다.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한 관계자도 “대답하지 못하는 것 알지 않느냐.”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받아주면 그나마 고맙다.통화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겠다는 것인지,아예 전화를 안받는 이들도 많다.일부 기자는 “당신과 통화하는 것 자체가 신변에 위협이 된다.”는 말을 관리들로부터 들었다며 불쾌해했다.평소 허물없이 지내던 한 실무자는 정부청사 주변에서 마주치자 눈을 껌벅한다.모르는 사이인 양 지나쳐 주면 고맙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외교부·국방부 등 안보 관련 부처에 ‘보안감사’가 강화되면서 생긴 풍경들이다.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달 초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가 국회의원을 통해 공개되고,청와대 핵심참모 및 안보 관련 부처 관계자들의 파병 관련 언급이 혼선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대대적 감사에 돌입했다.청와대 현직의 특정인을 겨냥한 12년 전 ‘안기부 정세보고’문건이 인터넷신문에 전재될 정도였으니,‘기강단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감사결과 적발된 사람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것”이란 말까지 했다.
정부 당국자들과 기자들의 전화통화 내역,사무실 안팎에서 만남도 조사된 것으로 알려졌다.이같은 보안감사 한파탓에 여의도 증권가에 떠돌던 ‘정보지’들도 현격히 줄어들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는 문희상 비서실장을 통해 NSC·외교부·국방부·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등을 두루 경고하는 선에서 보안감사 관련 1차 조치를 끝냈다.
여기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정부가 ‘언론의 책임’,‘국익’ 운운하면서 반박하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다만,기자들의 부처 사무실 출입을 전면통제하고 있는 참여정부가 그리고 있는 2003년 가을의 한 풍경을 전하고 싶을 뿐이다.
김수정 정치부 기자 crystal@
2003-11-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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