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명화의 비밀

책 / 명화의 비밀

입력 2003-10-08 00:00
수정 2003-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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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지음 남경태 옮김 / 한길아트 펴냄

영국 팝아트의 기수인 데이비드 호크니는 어느날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열린 프랑스 화가 앵그르 전시를 보고 탁월한 묘사력에 충격을 받았다.도대체 어떻게 저토록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이런 의문을 품게 된 그는 그후 2년 동안 화가의 입장에서 옛 거장들의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작업에 몰두한다.그리고 마침내 ‘사진같은 그림’의 섬세한 묘사는 단순히 화가의 천재성이 아니라 광학기술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명화의 비밀’(데이비드 호크니 지음,남경태 옮김,한길아트 펴냄)은 15세기 초부터 서양의 많은 화가들이 광학,즉 거울이나 렌즈 혹은 그 둘의 조합을 통해 생생한 투영법을 구사했으며 16세기 이후에는 거의 모든 화가들이 광학적으로 비춰 생긴 색조와 명암,색채의 영향을 받았음을 밝힌다.

네덜란드 화가 얀 반 에이크의 작품 ‘아르놀피니의 결혼’(1434년)에는 배경 한가운데에 볼록거울이 등장하며 이탈리아 화가 라파엘로가 1518∼19년경에 교황 레오10세를 그린 작품을 보면 교황은 왼손에 렌즈를 쥐고 있다.렌즈와 거울은 우연한 소품에 불과한 것일까.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명작을 낳는 ‘결정적’ 도구다.

이 책은 비잔틴 시대의 그림부터 렌즈와 거울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르네상스 시기를 거쳐 19세기까지 화가들의 그림작업을 면밀히 재해석한다.그 한 예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다.그는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어둠상자) 같은 광학도구를 알았을 뿐 아니라 회화에도 즐겨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베르메르는 가정부나 하녀를 흔히 모델로 삼았는데 그것은 그들이 렌즈로 관찰하며 오랫동안 세워두기에 가장 만만한 계층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그러나 앵그르가 렌즈와 거울을 통해 반사된 이미지를 모사해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누구나 그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림이란 어디까지나 광학도구가 아니라 손으로 그리는 것이며 화가 개인의 심성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6만원.

김종면기자 jmkim@
2003-10-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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