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 살리자고 카드빚 권장하나

[사설] 경기 살리자고 카드빚 권장하나

입력 2003-09-29 00:00
수정 2003-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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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엊그제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신용카드사들의 현금대출 비중 축소 시한을 당초의 내년 말에서 2007년 말로 3년간 늦춰 주기로 했다.카드 이용자들이 카드대출을 늘려 그 돈으로 소비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카드빚을 내서 소비하라.’는 것인가.우리는 정부가 너무 근시안적인 잣대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참여정부가 출범한 이래 기업가들의 투자 기피와 노사분규에 이어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태풍과 환율 급락,유가 불안 등의 악재가 겹쳐 소비 위축이 걱정스럽긴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비 촉진에 의존한 경기부양은 땜질 대책에 불과하며,매우 위험한 발상이다.경제를 일시적으로 흥분시키는 각성제나 ‘캠퍼주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언정,기초체력 강화와 지속적인 경기회복에는 오히려 장애가 될 것이다.노무현 대통령이 줄곧 경제가 어려워도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고 말해온 것은 이런 점들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닌가.

특히 카드빚과 같은 악성 채무를 정책수단으로 동원하는 것은 더욱 위험한 발상이다.카드빚을 늘려 주면 당장에는 소비가 다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 효과는 금방 한계에 도달할 것이며,그 부작용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우리는 현 정부의 김진표 경제팀이 김대중 정부 말기 전윤철 경제팀의 신용카드 정책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전윤철 경제팀은 카드 남발을 통해 당대에는 경기부양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지만 차기 경제팀에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물려 주었다.340만명을 신용불량자로 만들고,불법 추심으로 이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이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고 가족의 동반자살에 이르게 하는 등 극심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더 큰 위기를 자초하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다.정부의 신용카드 규제 완화 방침은 철회돼야 한다.
2003-09-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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