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배우 배용준입니다.”
지난 23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사회장에서 ‘꽃미남’배우 배용준이 건넨 첫 인사말이다.얼핏 엉뚱하다 싶지만,맞는 말이다.그에게 ‘스캔들’은 영화데뷔작이다.도회적 이미지 하나로 안방극장의 트렌디 드라마를 휩쓸고 다녔어도 스크린 도전은 가슴 떨리는 일인 모양이다.“정신이 멍해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연신 말꼬리를 흐린다.방송계에서 ‘영악할 정도로 똑 부러지는 연기자’란 소리를 들어온 그가 아니었나.
“(시사에서는)연기가 부족한 대목밖에는 보이지 않더라고요.내가 저런 표정을 지었구나,저런 표정이 내게 있었구나 하는 생각들로 혼란스러워요.지금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이 배웠다는 것,그리고 좋은 작품이라는 겁니다.어려웠지만 즐거운 작업이었고요.함께 한 배우나 스태프들이 가족처럼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스크린 데뷔작에서 그의 캐릭터는 아주 ‘위험’했다.벽보다 더 단호히 수절하는 정절녀를 유혹하는 방탕한 선비 조원 역.조선시대가 배경이니 그토록 고집하던 안경도 벗어야 했고,질펀하게 놀아나는 탕아이니 베드신도 각오해야 했다.‘깔끔하게만 굳어진 이미지를 확 벗어보려고' 사극출연을 결심했지만 준비작업조차도 녹록하지 않았다.시서화·무술에 두루 능한 선비의 이미지를 살리려면 살부터 빼야 했다.생식만 하면서 7㎏을 뺐다고 한다.
정사 모습을 춘화로 담는 기행을 일삼는 극중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왜 없었을까.“다른 멜로영화의 남자주인공을 흉내내지 않았다.”는 그는 “그래도 정사 신을 찍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머쓱하게 웃는다.“무조건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는데,나중에 보니 편집에서 많이 잘려나갔더라.”는 우스갯말까지 보탠다.
“내년에는 꼭 해외진출을 노려보겠다.”는 계획을 귀띔한다.
군살이 다 빠져서인지,웃으면 활처럼 휘어 올라가는 입매가 한결 더 선량해뵌다.뭇 여인들을 노리개처럼 농락하는 방탕아의 이미지가 대체 그의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다.
“궁금해요.내 안의 다른 모습을 찾아낸 것 같긴 한데,이미지 변신을 제대로 해냈는지….”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을 묻자 그는 “생각지 못한 내 모습을 또 찾아보고 싶다.”는 말로 답을 대신한다.
황수정기자 sjh@
지난 23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사회장에서 ‘꽃미남’배우 배용준이 건넨 첫 인사말이다.얼핏 엉뚱하다 싶지만,맞는 말이다.그에게 ‘스캔들’은 영화데뷔작이다.도회적 이미지 하나로 안방극장의 트렌디 드라마를 휩쓸고 다녔어도 스크린 도전은 가슴 떨리는 일인 모양이다.“정신이 멍해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연신 말꼬리를 흐린다.방송계에서 ‘영악할 정도로 똑 부러지는 연기자’란 소리를 들어온 그가 아니었나.
“(시사에서는)연기가 부족한 대목밖에는 보이지 않더라고요.내가 저런 표정을 지었구나,저런 표정이 내게 있었구나 하는 생각들로 혼란스러워요.지금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이 배웠다는 것,그리고 좋은 작품이라는 겁니다.어려웠지만 즐거운 작업이었고요.함께 한 배우나 스태프들이 가족처럼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스크린 데뷔작에서 그의 캐릭터는 아주 ‘위험’했다.벽보다 더 단호히 수절하는 정절녀를 유혹하는 방탕한 선비 조원 역.조선시대가 배경이니 그토록 고집하던 안경도 벗어야 했고,질펀하게 놀아나는 탕아이니 베드신도 각오해야 했다.‘깔끔하게만 굳어진 이미지를 확 벗어보려고' 사극출연을 결심했지만 준비작업조차도 녹록하지 않았다.시서화·무술에 두루 능한 선비의 이미지를 살리려면 살부터 빼야 했다.생식만 하면서 7㎏을 뺐다고 한다.
정사 모습을 춘화로 담는 기행을 일삼는 극중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왜 없었을까.“다른 멜로영화의 남자주인공을 흉내내지 않았다.”는 그는 “그래도 정사 신을 찍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머쓱하게 웃는다.“무조건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는데,나중에 보니 편집에서 많이 잘려나갔더라.”는 우스갯말까지 보탠다.
“내년에는 꼭 해외진출을 노려보겠다.”는 계획을 귀띔한다.
군살이 다 빠져서인지,웃으면 활처럼 휘어 올라가는 입매가 한결 더 선량해뵌다.뭇 여인들을 노리개처럼 농락하는 방탕아의 이미지가 대체 그의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다.
“궁금해요.내 안의 다른 모습을 찾아낸 것 같긴 한데,이미지 변신을 제대로 해냈는지….”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을 묻자 그는 “생각지 못한 내 모습을 또 찾아보고 싶다.”는 말로 답을 대신한다.
황수정기자 sjh@
2003-09-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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