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스코프] 인터넷 실명제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넷 스코프] 인터넷 실명제 반드시 필요하다

김경희 기자 기자
입력 2003-09-25 00:00
수정 2003-09-2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정보통신부가 최근 익명성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기관 게시판부터 인터넷 실명확인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에 대해 아직도 반대의견이 30∼40%에 이르고 있다.그러나 정부기관 게시판은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공개돼 좀 더 건전한 운용이 필요하다는 게 정통부의 추진배경 설명이다.

이에 대한 네티즌의 의견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책임지지 못할 비판과 유언비어가 확대되지 않도록 하려면 게시판 실명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 첫째다.진실과 약자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다른 하나다.한마디로 말해 인터넷 실명제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시각과 인터넷 익명제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시각의 대립이다.

인터넷 규제에서 항상 부딪치게 되는 딜레마가 바로 이것이다.인터넷은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기본 정신에서 출발했다.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이런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그러나 기본 정신에 충실하기에는 인터넷 게시판의 내용이 도를 넘고 있다.욕설뿐 아니라 명예훼손·사생활 침해까지 읽는 사람의 마음을 불쾌하게 하는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터넷이 새로운 매스미디어로 각광받는 이유는 인터넷이 그동안 다른 미디어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공론의 장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학자들은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기에 너무나 복잡해진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역할을 매스미디어가 수행하기를 기대했다.그러나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신문과 방송이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다.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호작용성이란 특성을 가진 인터넷은 신문과 방송보다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사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말할 수 있게 되었다.보통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장이 마련되었다.대통령선거·촛불시위 등 사회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규제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이는 인터넷을 잘못 이용하고 있는 네티즌들 때문이다.특히 토론문화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우리들의 책임이 크다.인터넷 토론방에 들어가 보자.제대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앞서 제시된 의견을 생각해보고 그 의견에 대해 동의한다거나 반대한다는 의견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 별로 없다.토론이라기보다는 각각 자기 의견만을 내세우는 장이 되고 있다.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대글에서도 먼저 글에 대한 의견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 비판이 대부분이다.

인터넷 실명제가 나온 이유도 이런 토론문화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개인적으로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인터넷의 기본정신을 충분히 살렸으면 한다.그러나 선뜻 실명제에 반대할 수 없는 이유는 성숙되지 못한 토론문화 때문이다.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실명제로 가야 한다면 게시판을 분리해서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다.익명으로 올리는 게시판과 기명으로 올리는 게시판을 구분해 운영하자는 것이다.사람들의 의견이 익명게시판에 몰릴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일단 한번 운영해보고 다음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실명제 논의가 우리 스스로 게시판 이용태도를 한번쯤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 경 희 한림대교수
2003-09-25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