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승수’ 기준 출자규제 논란/승수 낮으면 출자한도 높여 재경부 검토 공정위와 이견

‘의결권 승수’ 기준 출자규제 논란/승수 낮으면 출자한도 높여 재경부 검토 공정위와 이견

입력 2003-09-19 00:00
수정 2003-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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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 등 지배주주의 실제 소유지분과 의결권 사이의 괴리가 적으면 출자총액 규제를 완화해주자는 재정경제부 용역보고서가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이 제도가 채택되면 동부·금호 등 중하위 재벌그룹들은 출자총액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그러나 삼성에버랜드,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 재벌의 주력 계열사들은 ‘기준치’를 웃돌아 출자총액 규제를 계속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이같은 방안이 또 하나의 규제에 불과하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는 실질 소유권과 의결권을 측정하는 새로운 지표 도입에는 찬성하면서도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더욱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재경부의 연구용역을 받은 서울대학교 기업경쟁력 연구센터는 18일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바람직한 개선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재경부,공정위,재계,학계,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시장개혁 TF(태스크포스)팀’은 19일 회의를 열어 서울대 용역보고서 채택 여부 및 출자총액제 개선방향등을 논의한다.

용역보고서는 현행 출자총액제한제(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순자산의 25% 이상을 출자하지 못하도록 규제)가 재벌들의 가공자본 형성을 통한 지배력 확장 등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재계의 저항을 더 초래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의결권 승수’(옛 ‘대리인 비용지표’)라는 보완지표를 도입,일정기준(1.5)을 충족하면 출자총액 규제를 완화해주자는 것이다.의결권 승수란 재벌총수 등 지배주주가 자신이 실제 소유하고 있는 지분 권리보다 의결권을 얼마나 더 행사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수치가 높을수록 ‘쥐꼬리 지분’으로 ‘황제 경영’을 일삼는다는 의미다.

용역보고서는 이 의결권 승수가 1.5를 넘으면 현행 출자총액 한도를 그대로 적용하고,1.5 이하이면 ‘총 출자한도’(적용제외 및 예외인정 포함)를 차등해서 완화하자고 제안했다.예를 들어 ▲1.5 이하는 순자산의 100% ▲1.25 이하는 150% ▲1 이하는 200%까지 늘려주자는 것이다.

의결권 승수를 적용했을 때 현재 1.5 이하인 기업은동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동부건설과 금호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 등이다.이들 회사는 이미 출자 제한에 걸려 있지만,새 제도가 도입될 경우 추가 출자가 가능해진다.삼성·현대·SK 등 주요 재벌(LG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의 주력 계열사들은 의결권 승수가 대부분 1.5를 넘는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상승 교수는 “주된 수혜대상은 중하위 재벌이며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 이규황 전무는 “의결권 승수란 또 다른 규제에 불과하며 수치 왜곡의 위험마저 안고 있다.”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공정위 이동규 독점국장은 “용역보고서 대로라면 총수일가의 실제 지분이 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중핵(주력) 기업들이 혜택을 보게 돼 이들 기업의 출자한도가 더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긴다.”면서 “의결권 승수를 도입하더라도 출자총액제한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미현기자 hyun@
2003-09-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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