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 해보세요 세상이 따뜻해집니다”/美談전문신문 ‘땡스투올’ 발행인 송재천

“착한 일 해보세요 세상이 따뜻해집니다”/美談전문신문 ‘땡스투올’ 발행인 송재천

입력 2003-09-16 00:00
수정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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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여고생에게 한 중년신사가 다가서며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그마한 헝겊지갑을 건넸다.여고생은 엉겊결에 받아든 앙증맞은 선물에 어리둥절했다.그리고 지갑을 열어 “선한 일을 하는 이에게 박수를 보내는 마음으로 저희 가족이 직접 만든 것입니다.선생님의 선한 일을 통해 이 사회가 더욱 아름다워지길 소망합니다.”라고 쓰여진 쪽지를 읽으면서 환한 웃음을 지었다.

“작은 일에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에요.”여고생의 발갛게 변한 뺨과 들뜬 목소리에서 풍겨나오는 행복감이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졌다.지갑을 건네준 사람을 따라가서 이야기를 건넸다.그는 “선한 사람을 만나면 감동받고 행복해지는 사람”이라며,“아내가 직접 만든 지갑을 나눠줄 착한 사람을 찾아 다닌다.”고 말했다.

●‘착한사람'에게 아내가 만든 지갑 나눠줘

송재천(61)씨.‘전세계 하나뿐’이라는 좋은 뉴스와 미담(美談) 전문 신문 ‘땡스투올(Thanks to all)’의 발행인이다.이 작은 신문은 2001년 7월 창간된주간지로 최근까지 35호를 발행했다.그러나 주간 약속을 지키지 못해 발행이 들쭉날쭉했다.

정치인들의 싸움이나 인면수심의 사회면 기사를 아예 싹 빼버린 그의 신문이 부정기적으로 나오는 것은 실을 만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묻자 송씨는 화들짝 놀라며 답했다.“천만에요.아름다운 이야기,감동적인 이야기와 안타까워서 우리가 도움을 줘야할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기사 제보도 끊이지 않고 있고,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연락옵니다.”그는 자신의 능력부족으로 이유를 돌렸다.

창간 전에 300부의 정기 독자를 확보했다는 이 신문은 현재 3000부를 인쇄한다.그중 유료 정기 독자는 1100명선.그러나 실제로 이 신문을 읽는 사람 숫자는 그 200배쯤 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어려운 복지시설과 장기 입원환자들의 병동,노인정 등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다리는 곳이 많아요.거기에는 제가 무료로 신문을 보내는데 모두 기다렸다가 돌려가며 읽으시지요.”신문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창간호부터 모두 사겠다는 극성 독자들도 있고 미국,영국,독일,뉴질랜드와 호주,중국 등에도 독자가 생겼다.외국인 독자를 위해 신문에는 한글과 영어가 함께 실리기도 한다.

●2001년 창간… 유료독자 1100명선

그의 독자 확장방법은 좀 유별나다.늘 지하철을 타면서 “쯧쯧,이 나쁜 놈들….”이라고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으면 “선생님,왜 짜증나는 기사 때문에 그러십니까?그러면 좋은 기사만 나오는 신문을 보시면 어떨까요?”라고 권하는 식이다.“참 이상한 것은 일면식도 없는데 선뜻 1년 정기 구독료를 건넨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미담 신문을 만들게 된 계기는 복지기관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의 삶이 너무 아름다워,“감동적인 이야기를 공유하면 각박한 세상이 좀 따뜻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자신의 신문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거창하게 말하면 저는 인류의 평화를 위해 이 작은 신문을 만듭니다.인류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듯 구호금도 아니죠.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그래서 그는 창간5주년 ‘세계미담잔치’를 한국에서 열 계획도 갖고있다.아름다운 이야기를 공유하는 장을 한국에 펼쳐 놓으면 전 세계 곳곳에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쏟아져 들어오고,이것이 바로 인류를 평화롭게 하는 정신문화운동이 될 것이라 한다.

“주위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미리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더군요.누가 먼저 대회를 열 것이라는 겁니다.하지만 누가 먼저 미담 대회를 열어도 좋습니다.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것,아닐까요?”이런 행사를 하려면 경비가 적잖이 들 텐데 가능하겠냐고 물었다.“얼마든지 스폰서는 많습니다.제가 챙기지 않으면 주려는 사람이 줄을 섭니다.”

흰소리가 아니다.그에게는 믿을 만한 구석이 있다.1997년,홀트아동복지회가 처음으로 회장을 공개 모집했을때,‘양심가’로 꼽혀 선임된 경력이 있는 그다.“말이 회장이지 잠깐 다녀가는 내가 20년씩 일한 직원들과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월급을 3년간 단 한차례도 인상하지 않았다.또 출퇴근 때는 홀트에서 제공한 승용차를 사양하고 지하철을 고집했다.아직도 13평 임대 아파트에서 4식구가 살고있는 청빈한 삶이지만,그는 자신을 백만장자 부럽지 않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13평 임대아파트서 네식구가 청빈한 삶

그는 이런 이야기도 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자들을 공격하고,없는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저는 좀 다른 생각입니다.가난해지면 마음이 악해집니다.자신만 피해자같고 말입니다.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깨끗한 지하철 화장실에서나,깨끗한 도로를 걸어갈 때 늘 ‘감사하라’고 강조합니다.그것은 가진 자들이 세금을 냈기 때문이니까요.이렇게 말해야 가난한 자들의 마음에 미움이 생기지 않고,일할 의욕도 생깁니다.”

명절만 되면 주위의 요청에 의해 ‘산타클로스’가 된다는 그는 올 추석에도 누구보다 바빴다.“‘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서 기부금을 내기 싫다.’는 분들이 제게 불쌍한 사람을 찾아서 도와주라고 돈을 보냈어요.잘 나눠주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와 마주 앉으니 세상이 온통 착한 사람들과 감동적인 이야기로 가득찬 것같아 절로 마음이 행복해졌다.홈페이지 www.thanks2all.com.

허남주기자 hhj@
2003-09-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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