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조선의 왕세자교육

책 / 조선의 왕세자교육

입력 2003-09-03 00:00
수정 200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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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식·김정호 지음 김영사 펴냄

조선의 지배이념인 유교사상은 왕도정치를 이상으로 여겼다.왕도정치란 어진 왕이 선정을 베풀어 위로는 하늘의 복을 받고 아래로는 백성들이 화답해 태평성대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이러한 유교사상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게 되면서 조선에는 어느 시대보다도 철저하고 체계적인 왕세자 교육이 이뤄졌다.교육은 태중(胎中)에서 시작해 제왕이 되기까지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그러니 조선시대 왕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왕실문화 전문 연구자인 김문식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와 작가 김정호씨가 함께 쓴 ‘조선의 왕세자교육’(김영사 펴냄)은 이같은 조선시대 왕세자교육,즉 조선 최고 엘리트교육의 실체를 밝힌 색다른 책이다.바른 심성을 배양하기 위한 왕실의 태교와 까다로운 유모 선발,갓난아기 때부터 시작하는 보양청 교육,유아기에 시작하는 강학청 교육,입학례·가례·관례 등 각종 통과의례,세자책봉 후 시작하는 세자시강원 교육에 이르기까지 조선 왕세자 교육의 모든 것을 다룬다.

조선시대 왕실의 태교는 엄격했다.국왕의 아기를 임신한 비빈은 빛깔이 아름다운 옥과 자수정을 가까이 했고 가야금과 거문고음악을 들었다.태아에게는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들려줬다.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순두부 등 콩음식을 많이 먹었지만 옆으로 걷는 게와 뼈 없는 문어는 먹지 않았다.이렇게 해서 태어난 왕세자에게는 고된 교육이 기다리고 있었다.

왕세자의 하루는 오늘날 수험생처럼 공부 위주로 짜여졌다.아침의 조강,낮과 저녁에 실시되는 주강과 석강 외에도 수시로 이어지는 소대(召對,임금과 대면해 정사에 관한 의견을 상주하던 일)와 한밤중의 야대까지 참여해야 했다.게다가 방학도 없었다.

왕세자는 무엇을 배웠을까.아주 어릴 때는 ‘소학’이나 ‘효경’을 익혔고,차츰 ‘천자문’‘동몽선습’‘대학’‘격몽요결’ 등으로 나아갔으며 나중에는 유교경전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한편 왕실에서는 무예훈련과 농경실습 등 지덕체를 고루 연마하는 전인교육이 이뤄졌다.국왕과 세자가 신료와 군사를 이끌고 정기적으로 사냥을 나가는 강무(講武)는 군사훈련도 겸했던 행사.평소에는 활쏘기와 말타기로 체력을 다졌다.

조선의 철저한 왕세자 교육제도는 세종·인종·정조 등 당대 최고의 ‘학자군주’를 배출해낸 원동력이 됐다.특히 정조는 왕손 때부터 영조의 특별한 관심 속에 남유용·조영국·김원행 등 학자들의 지도를 받아 25세로 국왕에 오를 당시에는 신하들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의 학문적 소양을 갖추게 됐다.즉 유교사회의 이상적 군주상인 군사(君師)를 실현한 것이다.1만 4900원.

김종면기자 jmkim@
2003-09-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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