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60代 명퇴론

[씨줄날줄] 60代 명퇴론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2003-08-28 00:00
수정 2003-08-2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샐러리맨들 사이에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유행한 지 오래다.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설명을 듣고서 이내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사오정은 ‘사십오세가 정년’이라는,오륙도는 ‘오십육세까지 다니면 도둑’이라는 뜻의 압축어라고 한다.샐러리맨들의 정년 변화 세태를 이보다 더 절묘하게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싶었다.

IMF 위기를 거치면서 이제 우리에게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없다.일생을 살며 직업을 세번 이상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는 얘기까지 들린다.하긴 주위를 둘러보면 그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변신을 시도하는 지인들이 꽤 많다.갑자기 건설회사를 집어치우고 한의과대학에 진학한 40을 이제 갓 넘긴 후배,골프 티칭 프로가 되겠다며 최근 미국 유학을 훌쩍 떠나버린 친구….모두가 다 정년 실종이 만들어낸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일상들이다.

정년으로만 따지면 선거과정이 힘들어서 그렇지,선출직보다 나은 직업은 없을 성싶다.낙선으로 인한 정계퇴출이나 스스로 정계를 떠나는 것외엔 딱히 정년이랄 게 없는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간혹 정치적인 이유로 정치인 정년이 거론되곤 했다.1995년 당시 정무장관이던 김윤환 의원이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JP(김종필 자민련 총재)를 겨냥해 ‘70세 정년’을 얘기한 적이 있다.두 거물정치인의 정치권 퇴출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물론 ‘단세포적인 발상’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몰렸고,잠시 논란을 벌이다 결국 없었던 일로 되어버렸다.

그러나 정치권도 변하는 세태를 마냥 거스르기는 어려운 모양이다.최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50대 차기 대선주자론을 편 적이 있다.한나라당 대표경선 때 가장 젊었던 강재섭 의원이 자기홍보 논리로 앞세운 ‘요즈음은 노인정에 가도 제일 어린 사람이 회장직을 맡는다.’는 말 역시 그냥 넘기기에는 시대흐름이 짙게 묻어나온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어서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그러나 굳이 정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젊음을 경쟁력으로 연결지으려는 정치권의 신조류가 읽혀진다.지난 4·24 재·보선 때도 당선자 3명이 모두 40대 이하였다.엊그제 386세대인 원희룡 의원이 ‘60대 이상 퇴출’을 언급해 일파만파다.중진들이 발끈하고 나섰다고 한다.벌써 공천을 겨냥한 세대논쟁인가.하나 뉘라서 장강(長江)의 앞물결로 거센 뒷물결을 막을 수 있겠는가.



양승현 논설위원
2003-08-28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