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맞은 한여름 아침은 요란하다.밤을 새웠던 풀벌레가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설움이 삭질 않았는지 목을 놓아 울어 댄다.가시지 않은 뿌연 아침 안개에 이끌려 들판으로 나섰다.활짝 열어 젖힌 풀잎마다 밤을 지새운 풀벌레들 눈물방울만한 이슬들이 초롱초롱 매달렸다.풀섶에서 손가락만한 방아깨비 한 마리가 펄쩍인다.
어릴 적 한 여름 아침은 대개 방아깨비와 시작했다.장난치며 찢어 버린 창호지 구멍을 파고 드는 햇살에 눈을 뜬다.두 눈을 비비며 마루에 나서면 풀벌레들은 아직도 저마다 목청을 돋우고 있었다.논에 물꼬를 보러 나갔던 아버지가 방아깨비 서너 마리를 건네주곤 했다.비로소 얼굴에 화색이 돌고 말문이 열렸다.아침 이슬에 몸이 젖어 날아 오르지 못해 그만 잡힌 방아깨비들이었다.세월이 얼마만큼 흘러서야 한여름의 아침을 찾았다.방아깨비가 찾아 주었다.그러나 아버지도 방아깨비의 들녘도 없다.들녘은 제대로 돌아 가지도 않는 공업 단지가 됐다.한여름의 아침,아버지가 보고 싶다.
정인학 논설위원
어릴 적 한 여름 아침은 대개 방아깨비와 시작했다.장난치며 찢어 버린 창호지 구멍을 파고 드는 햇살에 눈을 뜬다.두 눈을 비비며 마루에 나서면 풀벌레들은 아직도 저마다 목청을 돋우고 있었다.논에 물꼬를 보러 나갔던 아버지가 방아깨비 서너 마리를 건네주곤 했다.비로소 얼굴에 화색이 돌고 말문이 열렸다.아침 이슬에 몸이 젖어 날아 오르지 못해 그만 잡힌 방아깨비들이었다.세월이 얼마만큼 흘러서야 한여름의 아침을 찾았다.방아깨비가 찾아 주었다.그러나 아버지도 방아깨비의 들녘도 없다.들녘은 제대로 돌아 가지도 않는 공업 단지가 됐다.한여름의 아침,아버지가 보고 싶다.
정인학 논설위원
2003-08-1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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