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광장] 농활을 다녀와서

[젊은이 광장] 농활을 다녀와서

임현재 기자 기자
입력 2003-08-09 00:00
수정 200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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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면 농촌은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으로 활기가 넘친다.대학생들의 농활은 방학을 이용해 농촌을 체험하고,본격적인 농업시장 개방과 열악한 농업환경으로 그 존립기반이 위태로운 농촌의 현실을 알기 위한 것이다.농민들 역시 자식 또는 손자뻘 되는 학생들에게 농촌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농사의 소중함을 알리고 바쁜 농번기 일손을 덜고 있다.

하지만 올해 농활의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았다.지난 한 주 필자는 경북 안동시 임하면에 위치한 금소라는 작은 마을에서 농활을 가졌다.그곳에서 만난 많은 농민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 상태로 가다간 농사짓고 못산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해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서 비료값도 안 나온다.”고 했다.사회가 발전하면서 농업이 우리 사회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게 어찌 요즘뿐이겠느냐만 처지를 탓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농업정책이 공급·수요의 불균형을 초래하고,그 결과 금값이던 농산물 가격이 몇해 지나지 않아 폭락하고 만다.정부의 장려로 막대한 시설투자를 통해 농업의 기계화와 자동화를 조금씩 갖춰갔지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등 전면적인 농산물시장 개방이 현실화돼 농업의 경쟁력이 땅에 떨어지게 됐다.IMF 이후 더 늘어난 농가부채로 하루가 멀다 하고 농민들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현실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 농업은 위기를 넘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하지만 일반 국민은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해마다 외국산 수입물의 안전성 문제,값싼 외국산 농수산물에서의 납덩어리 검출,유전자 변형 식품의 등장,과다한 색소와 농약에 찌든 농산물 유통 등이 보도될 때는 난리법석을 떨면서도 정작 우리 농업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이같은 위험요소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농업시장 개방으로 외국에 대한 식량의존도가 절대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값싼 농산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우리 몸엔 우리 것인데 남의 것은 왜 찾느냐?”는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농업은 우리 문화의 전통성과 한국민의 정체성을 확립,발전시켜온 뿌리다.

단순히 이를 휴대전화 단말기와 같은 공산품과 맞바꿀 수는 없다.또 시장경제에 의한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만 바라봐선 안 될 문제다.농촌과 농민은 우리 농업을 지켜온 마지막 보루다.그들의 생활터전을 지켜줘야 한다.

오늘의 농촌현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저마다 지역구를 돌며 경로당과 마을회관 신축 등을 약속하며 한표를 구걸하지 말고 제대로 된 관개시설조차 구비되지 않아 봄과 여름이면 가뭄과 홍수에 한해 농사를 망쳐야 하는 농민들의 고통을 깨달아야 한다.

농촌의 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한다.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휴가철이면 객지인들이 농촌을 찾아 고성방가는 물론 쓰레기 무단투기,무질서한 모습 등으로 농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농촌을 지키는 사람들이 저마다 담을 새로 쌓고 방문을 걸어 잠그는 모습에 서글퍼하지 말고 존폐의 위기에 서 있는 농촌에 내 일처럼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문제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임 현 재 안동대 신문사 편집부장
2003-08-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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