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경영행정의 그늘

[데스크 시각] 경영행정의 그늘

조명환 기자 기자
입력 2003-08-01 00:00
수정 2003-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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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시골에 가면 옛날 고을 원님의 훌륭한 다스림을 기리는 송덕비(頌德碑)를 가끔 볼 수 있다.송덕비를 요즘 식으로 해석하면,아마도 주민들의 삶을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챙겨 복리를 증진시킨 민선 자치단체장에게 다음 선거 때 표(票)를 몰아주는 것쯤 되지 않을까?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등장한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가장 먼저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온 슬로건은 경영마인드.중앙집권식 관료주의의 오랜 병폐인 비효율을 혁파하기 위해서는 행정에 효율성을 중시하는 민간부문의 경제논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개혁과 개방의 시대정신에 비춰볼 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공공요금을 소나기식으로 올리면서 일제히 ‘경영마인드’ 실천 차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월 시내버스 요금과 지하철요금을 올린 서울시는 수송 원가와 버스업체 및 지하철공사의 경영 상태를 고려해 시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인상했다고 설명했다.서울 4대문안 도로 공영주차장요금도 청계천 복원 공사를 앞두고 인상됐다.도심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전남 등 대부분의 지역 버스요금이 함께 올랐고,대구시는 하수도요금마저 큰 폭 인상했다.경영마인드가 논거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사람들은 곧 다른 공공요금들도 널을 뛰게 될 것을 짐작하게 된다.과거에는 물가에 영향을 주는 공공요금을 올리려면 눈치라도 보면서 ‘인상’이란 말 대신 ‘현실화’란 용어를 동원하는 등 무언가 미안해하는 듯한 태도라도 보였다.비단 서울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자체가 민선 단체장을 앞세워 너무 쉽게 공공요금을 원하는 만큼 올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앞에 예를 든 요금들은 원가에 견줘 턱없이 낮거나 길게는 10년 가까이 묶여 있어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수익자부담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당위론에도 수긍은 간다.

그러나 행정에서는 경영마인드 못지않게 서비스 마인드,나아가 주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서번트 마인드(Servant Mind)’도 강조돼야 한다.시장의 논리에만 매달려서는 결코 구현될 수 없는 가치들을 일궈내야 하는 것이 바로 행정의 또 다른 측면인 것이다.지자체가 편의주의적인 형식논리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시 의회가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보금자리인 동대문구장을 비롯해 구민체육회관,한강시민공원 등의 사용료 인상안을 보류하는 등 지자체의 소나기식 공공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그래서 매우 희망적이다.공공부문이 안아줘야 할 부담을 시민들에게 너무 쉽게 떠넘기고 있다는 공감대가 싹트고 있는 조짐이기 때문이다.

‘낙서하지 맙시다.’라는 낙서처럼 경영마인드로 무장한 행정이 자칫 진정으로 행정의 손길이 필요한 계층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는지 생각해봐야 한다.좀 더 나은 행정을 위해 접목한 경영마인드가 행정 자체를 말소시키는 함정에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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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로부터 ‘참 목민관’으로 인정받고,송덕비나 마찬가지인 선거에서의 몰표를 움켜쥐려면 경영마인드 못지않게 서비스마인드에도 충실해야 함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민선시대의 행정은 경영마인드와 서비스마인드라는 두 바퀴를 동시에 굴릴 때 균형이 잡히는 수레이기 때문이다.
2003-08-0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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