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책사업 현금보상 안된다

[시론] 국책사업 현금보상 안된다

황주호 기자 기자
입력 2003-07-30 00:00
수정 2003-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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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하지만 원전수거물을 처분할 부지를 찾지 못해 지속적인 전력공급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듯했다.다행히 부안군의 수거물관리시설 유치 신청으로 국가적 걱정거리를 덜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부안에서 원전유치 반대뿐만 아니라 지역민에 대한 보상과 관련된 시위가 연이어 일어나 이같은 희망을 접고 불안감에 젖게 한다.현지 반대집회에는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도 참여해 반대의사를 밝혔는데,그 분의 반대 의견은 상당수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내고자 한다.

필자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전공해 대학에서 20년째 연구와 교수생활을 하고 있다.부지선정위원회에도 참여,부지조사 보고서도 세밀하게 검토했다.

집권 여당의 중책을 맡고 있는 그 분은 부지 선정에 반대하는 이유를 “서해안 일대가 지진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으로 지리적 조건이 부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러나 국제적인기술기준을 참고해 만들어진 과학기술부 고시에 의하면 수거물관리시설 부지는 활성단층에서 8㎞ 이상 떨어진 곳에 있어야 한다.부안군 위도 근방에 활성단층은 없으며 지진 발생빈도와 규모도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또한 지진이 곧 활성단층의 존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활성단층이란 영화에서 보듯이 땅이 갈라지거나 솟아나는 활동이 지난 수십만년 동안 한 두 번 있었던 지역을 말하는 것이다.지진활동이 빈번해서 실제적인 인명피해가 잦은 일본에서도 50여개의 원전을 운영중이며 고베 지진 때에도 인근에 위치한 원전에 전혀 영향이 없었다.지금까지 주민들을 안심시키고 지역발전을 거들어야 할 분의 태도로는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말이다.

정부와 주민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하고 싶다.국책사업을 진행하면서 ‘현금지원’이라는 게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소리다.국가와 국민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면서,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것도 아닌데 주민들이 현금을 바란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정부도 위도지역 주민들을우습게 여기는 듯한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자칫 주민들은 돈을 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로 몰아선 안 된다.정부가 주민을 매수한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말이다.

국책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해당 사업의 최고 책임자와 말단 실무자의 말이 항상 일치해야 한다.이번 사례처럼 위에선 “안 된다.”하고,밑에선 “몇억을 준다.”고 하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말이 안 맞아 사업이 무산된 사례는 미국 등지에도 있다.아울러 지역 주민들의 복지증진,생활안정 등을 위해 직접 지원한 사례도 없다.다만 원전시설을 위해 다리를 놓고,병원을 세우고 위락시설이 들어서는 예가 있다.정부가 위도 주민들이 너무 고마워서 지역발전을 위한 지원을 하고 싶어도 이는 간접 지원에 그쳐야 한다.

위도 주민들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이 들어서는 위도가 앞으로 잘되고 못되고는 주민들의 손에 달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바꿔 말해 지방자치단체가 할 노릇이라는 말이다.외국에서는 수거물관리시설 주변을 깨끗한 공원이나 관광단지로 조성한 예가 얼마든지 있다.원전 시설을 활용해 큰 돈을 벌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위도 주민들의 결단을 존중하고 기회를 잘 살려서 안전한 시설이 들어서도록 노력해야 한다.수거물관리시설 유치를 결단한 부안군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각종 지원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할 것이다.

황 주 호 경희대 교수 원자력공학
2003-07-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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