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핵 포기의 전제조건

[시론] 북핵 포기의 전제조건

김동규 기자 기자
입력 2003-07-16 00:00
수정 200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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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한의 지도부는 핵무기의 개발·보유만이 체제 유지에 있어 절체절명의 조건이며 최후의 생명선이라고 믿고있다.이것은 미국과 일본의 대북 압박 강도와 정비례되면서 더욱 확고한 생존전략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마당에 남한이 북한과의 온갖 접촉을 통하여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호소한다고 해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다만 다음과 같은 두어가지의 조건만 충족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거나 또는 개발을 중지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미국으로부터 체제유지를 보장하는 불가침조약을 약속 받으면서 현재의 대북 봉쇄정책을 중지하는 경우이다.그러나 부시 정권의 대북관은 김정일 정권을 극히 비민주적인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제거 또는 멸망시키려는 것이라고 볼 때 이 조건의 충족은 어려운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북한 김정일 정권의 내부 붕괴를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작전계획 ‘5030’을 수립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 군부 등 지도부는 10년전 1차 걸프전과 최근의 이라크 사태를 보면서 미국의막강한 군사력과 상상을 초월하는 최신예 신무기의 위력에 상당한 충격과 위기감을 가졌을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 진행될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상 활동을 갑자기 멈추고 지하 비트(비밀 아지트)에 은신해 있었다는 믿을 만한 정보도 북한이 미국의 침공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큰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군사적 약자로서 미국의 힘앞에 맞서는 유일한 선택은 핵무기를 손안에 쥐는 것뿐이다.

다음으로는 그래도 아직까지 맹방으로 남아있는 중국이 외부로부터의 어떠한 침공에도 북한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보호하면서 획기적인 경제원조로 현재의 북한정권에 대한 보호막이 돼 준다는 새로운 조약이나 협약이 있을 경우이다.

물론 북·중간에는 오래전부터 상호방위조약이 결성돼 있다.그러나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서구적인 자본주의화와 합리화로 북·중간 1960년대식 감성적인 혈맹의식은 점점 사라지면서 형식적으로 바뀌고 있고 보면 이러한 핵무기개발 포기조건은 불충분한 것이다.신중국의 리더로 취임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합리적·실용적 외교 노선도 북한에 대한 과거의 온정주의적 대북 시혜 외교에서 벗어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북한의 핵무기개발 포기조건이 모두 부정적인 상태에서 과연 남한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통일을 위하여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그것은 별수 없이 경제·군사 대국인 미국의 대북정책의 기조에 동참하면서도 가능한 한 군사적인 모험은 자제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북·일간에도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지도록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에 중요한 중심문제의 하나는 바로 중국이다.왜냐하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가장 영향력을 지닌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노무현 정부는 중국과의 획기적인 경제협력으로 그들에게 이익을 안겨주고,지도부와의 긴밀한 인간관계를 맺어 북한으로 하여금 시대착오적인 권력구조의 개혁을 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기는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한편 북한과의 관계는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민간단체들의 상호교류나 원조활동은 장려하되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는 그동안의 무원칙적인 경제원조는 지양하고 철저한 상호주의적인 대북관계를 가져야 한다.이제 북한도 떼쓰는 아이들이나 행패 부리는 청소년의 나이는 지났으니 주체정신에 투철한 어른으로 성장하여 국제사회로부터도 대접을 받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김 동 규 고려대교수 북한학
2003-07-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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