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종점 인생

[길섶에서] 종점 인생

이건영 기자 기자
입력 2003-06-18 00:00
수정 2003-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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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지하철역 종점 부근의 사람들은 차를 탈 때마다 좌석의 특혜를 누린다.‘종점 인생’의 단맛 때문에 입석의 고달픔은 꿈도 꾸지 못한다.

며칠전 비오는 출근길,비슷한 시각인데도 역 구내가 이상하게 붐볐다.두리번 거리는데 “지하철이 고장으로 지연되니 바쁜 승객들은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 달라.”는 방송이 나온다.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느긋이 조간신문을 펼쳐들었다.

시간에 쫓기는 승객들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푸념들을 한마디씩 늘어놓거나 심하면 욕을 해대며 걸음을 되돌린다.손에 들린 우산에서는 매몰차게 빗물이 흘러 내린다.

한 20여분이 지났을까.정상운행 열차가 도착한다.종점이 한 정거장 전인데도 자리는 고사하고 많은 승객들이 서 있었다.‘출근길 지하철을 서서 탄다?’ 이사온 지 4년만에 처음 보는 생소한 모습이어서 차에 오르지를 못한다.

순간 “아….”하는 독백에 움찔한다.종점 근처에서 살다보니 편함이 몸에 밴 모양.노는 물을 탓할까,어느 덧 ‘양지’만 찾는 속물로 변해 있었다.

이건영 논설위원
2003-06-1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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