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소수파 정권이 성공하려면

[열린세상] 소수파 정권이 성공하려면

함성득 기자 기자
입력 2003-06-17 00:00
수정 200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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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일반 국민들은 광복 이후 오랫동안 한국을 지배해왔던 소위 ‘주류’ 기득권층의 지배 체제를 바꾸어 보려 하였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러한 그들의 열망을 정확하게 읽어 ‘낡은 정치 청산’이라는 정치적 슬로건을 주창함으로써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따라서 노 대통령은 이러한 일반 국민들의 ‘개혁 열망’을 실현해야 하는 ‘정치적 책무’(political mandate)를 지니고 있고 이것은 참여정부의 ‘정치적 생존’(political survival)과도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을 5년 임기 동안 추진하여 국민들이 체감할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낳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정치적 지지 기반이 좁고 약한 소위 ‘비주류’ 소수파 개혁 정권인 참여정부의 개혁 추진은 더욱 어렵다.실례로 우리는 민주화 열망에 의해서 당선되어 정치적 지지 기반이 노 대통령보다는 훨씬 넓고 견고했던 김영삼(YS) 대통령과 김대중(DJ) 대통령의 경험을 통해서도 개혁의 추진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목격했다.더구나 지금과 같이 불안감이 높은 심각한경제 불황기의 개혁 추진은 더욱 어렵다.

이렇게 어려운 과업 앞에서 노 대통령의 소수파 개혁 정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이를 살펴보면 첫째,비주류 개혁 정권은 주류 기득권 세력보다 도덕성 면에서 절대적으로 우월하여야 한다.따라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권력 남용,친·인척 비리,부정 부패 등의 관점에서 깨끗해야 한다.둘째,소위 노 대통령 주위의 정치적 ‘실세’를 포함한 개혁 주체 세력들간의 단합이 절실하다.과거 YS나 DJ 대통령의 경우 대선까지는 절대적으로 뭉쳤던 개혁 주체들도 권력을 확보한 후부터는 그들 각자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반목과 권력 투쟁을 일삼았었다.셋째,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것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왜냐하면 소수파 개혁 정권은 정치적 기반이 약해서 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노정되는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무마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따라서 준비된 기획에 따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작은 성공’(small wins)을 많이 만들어 개혁 지지 세력을 넓혀가야만 한다.

그러나 지난 100일간의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위의 세 가지 전제조건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먼저 노 대통령 자신이 과거 어려웠던 정치인 시절에 정치 자금과 관련된 나라종금과 땅 문제로 구설수에 휘말렸다.또한 몇몇 장관들은 재산 형성 과정,자신 또는 자식들의 병역 문제 등과 관련하여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둘째,노 대통령의 개혁 주체 세력들은 ‘코드’를 강조하면서 배타적으로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왔고 현재는 그들간의 알력설이 제기되고 있다.셋째,노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철저한 준비도 없이 말을 앞세우며 언론 개혁을 비롯하여 사회 각 부분에 대한 ‘전방위적 개혁’을 시도하여 개혁의 초점을 잃어버렸다.

그러므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개혁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다음의 몇 가지 제언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먼저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개혁’을 추구하여야 한다.둘째,노 대통령의 개혁 주체 세력들은 비록자신들에게 정치적 희생이 요구되더라도 더 큰 성공을 위해 단합을 해치는 발언과 행동을 자제하여 개혁의 지지 기반을 넓혀 가야만 한다.개혁 주체들은 ‘보수 세력은 부패로 망하고 진보 세력은 분열로 망한다.’는 말을 깊이 기억할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5년 임기 동안 깨끗한 대통령과 깨끗한 정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반드시 이룩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우리도 이제 개혁을 성공시켜 낡은 정치를 청산하는 그런 대통령과 정부를 단 한번만이라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함 성 득 고려대 교수 대통령학
2003-06-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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