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문배 마을

[길섶에서] 문배 마을

김인철 기자 기자
입력 2003-06-16 00:00
수정 2003-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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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보세요.빨간 게 산딸기 같은데…” 아이들의 호들갑에 길섶을 살펴보니 산딸기가 지천이다.잘 익은 것을 몇개 따서 입안에 털어 넣으니 단물이 가득 번진다.그래 이 맛이야.

하늘 아래 첫동네 문배마을 가는 길은 이렇듯 정겨웠다.강원도 강촌 구곡폭포 입구에서 능선길로 40여분 오르니 손바닥만한 분지에 1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산골마을이 나타난다.마을 입구 채소밭에 심은 연보랏빛 무꽃이 길손을 반긴다.동시에 영화 서편제에서 여주인공이 아버지의 손에 끌려 소리공부 하러 산속 외딴집에 갔을 때 한 말이 절로 떠오른다.“뭘 먹고 사나요.”

이에 대답하듯 집집마다 이씨네·한씨네·장씨네·신가네·김가네 등의 옥호를 내걸고 있다.산채비빔밥과 닭백숙·도토리묵 등을 판다고 한다.새벽길을 서두른 탓에 아침식사를 청했으나 집집마다 퇴짜다.참나물·도라지·고사리·취나물 등 10여가지 반찬이 미처 준비 안 됐단다.성씨를 앞세운 산촌 밥집의 프로의식이 장안의 유명 음식점을 빰친다.허기져 돌아오는 길 산딸기가 더욱 탐스러웠다.김인철 논설위원

2003-06-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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