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문턱

[길섶에서] 문턱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3-06-13 00:00
수정 2003-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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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기억은 항상 시골 한옥의 문턱에서부터 시작된다.툇마루와 방을 경계짓는 높다란 문턱.그곳은 힘겹게 넘어야만 바깥 세상을 접할 수 있는 거대한 장벽이었다.문턱을 쉽게 넘나들 정도로 자란 다음에는 문턱은 걸터 앉거나 밟고 지났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지는 존재가 됐다.누워 계신 아버지의 머리 맡처럼 한옥의 문턱 역시 비슷한 대접을 받았던 것 같다.한옥의 문턱은 겨울철 찬 바람과 먼지의 유입을 막아주고 가족의 내밀한 얘기를 보호해주는 마지막 방어벽이라는 사실은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이 때문에 문턱은 ‘계절의 문턱’에서처럼 다음 단계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면서 ‘문턱이 높다’는 말처럼 외부 세계에 대한 거부감을 함께 지니게 된지도 모르겠다.

아파트 아래,위층에서 내부 수리가 한창이다.방과 거실,주방을 경계짓는 문턱이 가장 먼저 없어진다.진공청소기 이동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란다.하지만 문턱이 없는 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그마한 단상(斷想)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득정 논설위원

2003-06-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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