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北核 돌파구는 대화뿐

[시론] 北核 돌파구는 대화뿐

김근식 기자 기자
입력 2003-06-11 00:00
수정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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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가 기로를 맞고 있다.베이징 3자회담으로 북·미간 대화의 계기가 어렵게 마련되었지만 문제해결의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오히려 최근에 잇따른 정상외교가 마무리되면서 북핵문제는 대화보다 대결의 방향으로 기우는 느낌이다.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추가적 조치’와 미·일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보다 강경한 조치’ 등은 한·미·일 공조가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로 연결될 것임을 시사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질세라 북한도 평양을 방문한 미국 의원들에게 핵보유를 언급하고 재처리 완료까지 공언하는가 하면 급기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핵 억제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이제 북핵문제는 북한과 미국 양측의 힘겨루기를 넘어 사실상 실력행사 직전의 상황에 이르렀고 이후 상황전개에 따라 극단적 대결과 파국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의 국면을 북한과 미국이 서로 고무줄을 잡아 당기면서 끊어지기 일보직전의 상황으로 비유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평화적 해결의 방법은 냉정하게 두 가지밖에 없다.우선 북한과 미국이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있는 고무줄을 동시에 내려놓고 협상을 시작하는 방법이다.북한의 핵포기와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을 동시에 교환하는 이른바 일괄타결의 방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완전굴복과 나아가 정권교체까지 염두에 둔 미국 강경파의 입김이 존재하는 한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에 대가를 제공할 가능성은 아직 없어 보인다.다른 한 가지 해결방식은 결국 힘이 약한 북한이 먼저 고무줄을 조용히 내려 놓고 미국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북한이 일방적으로 핵포기를 선언하고 이를 입증할 만한 가시적 조치를 내놓는 것이다.하지만 이 역시 핵포기 이후에 미국이 과연 북한의 체제보장을 해줄 것인가라는 대미 신뢰감 결여로 인해 북한이 쉽게 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은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반해 북한과 미국의 전면 대결의 가능성은 점점 높아가고 있다.북한은 베이징 3자회담에서 핵보유를 시인한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역시 3자 회담의 후속회담 형식을 놓고 대화의 교착을 즐기고 있다.오히려 연이은 정상외교를 마무리하면서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상황악화시 대북 강경대응을 취할 수 있다는 합의를 도출해 놓았고 국제사회를 동원하여 대북 경제 제재와 해상봉쇄를 당장이라도 시작할 듯한 태세다.북한의 대화요구는 무시한 채 오히려 북한의 강경대응을 유도하는 듯한 느낌이다.

충돌직전의 기관차처럼 돌진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은 지금이라도 한발자국 물러서서 한숨 돌리는 지혜가 필요하다.북한은 자신의 핵보유가 결코 유리한 게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북한의 핵보유는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미국의 위협을 억제할 수단이 결코 되지 못하며 또한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유도할 정도의 위협 수단도 되지 못한다.

미국 역시 대화거부와 대북제재가 문제해결의 방법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잘 알려진 것처럼 대북 경제제재는 북한을 굴복시키는 효과적 수단이 되지 못한다.

이제 양측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지금 상황대로 진행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준비해야할지도 모른다.우리 정부라도 나서서 TCOG회의에서는 미국의 평화적 해결의지를 다시 한번 설득해내고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는 북한의 의미있는 양보를 다시 한번 설득해내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시간이 별로 없다.

김 근 식 경남대 극동문제硏 교수
2003-06-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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