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올라 나무들을 감상한다.성하(盛夏)를 앞두고 머리에 인 잎과 두 팔로 감싸안은 잎들이 갈수록 무거워 보인다.산비탈에 서있는 어느 놈은 힘이 부치는지 뿌리가 땅위로 뻗어 올랐다.먼길을 걸은 객의 피곤한 발등에 선 핏발처럼 억세 보인다.
가만히 보니 비탈의 나무가 새(鳥)와 얘기를 하고 있다.오호라,나무의 친구로 새 말고 또 뭐가 있을까.자연의 모든 것이 친구일 것 같다.해와 달은 잊지 않고 찾아주는 고마운 벗이겠지만,바람은 마음이 내킬 때만 한번씩 얼굴을 내민다.살랑거리다가도 심술이 나면 생채기를 내고 휙 사라져 버린다.나그네 친구인 새도 자기가 지칠 때면 찾아와 쉼터를 요구한다.가랑비 정도야 몰라도 보통의 비·눈도 달가운 친구는 아닌 듯싶다.
나무는 이 모든 친구들을 말 없이 맞아준다.뒤 이익을 따지지 않고 그저 친구로 받아준다.싫다고 자리를 피하는 법도 없다.비탈에 서있는 힘든 처지에도 베푸는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나무가 우리를 비웃지 않을까 두렵다.우정도,의리도 쓰면 뱉는 우리니까.
이건영 논설위원
가만히 보니 비탈의 나무가 새(鳥)와 얘기를 하고 있다.오호라,나무의 친구로 새 말고 또 뭐가 있을까.자연의 모든 것이 친구일 것 같다.해와 달은 잊지 않고 찾아주는 고마운 벗이겠지만,바람은 마음이 내킬 때만 한번씩 얼굴을 내민다.살랑거리다가도 심술이 나면 생채기를 내고 휙 사라져 버린다.나그네 친구인 새도 자기가 지칠 때면 찾아와 쉼터를 요구한다.가랑비 정도야 몰라도 보통의 비·눈도 달가운 친구는 아닌 듯싶다.
나무는 이 모든 친구들을 말 없이 맞아준다.뒤 이익을 따지지 않고 그저 친구로 받아준다.싫다고 자리를 피하는 법도 없다.비탈에 서있는 힘든 처지에도 베푸는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나무가 우리를 비웃지 않을까 두렵다.우정도,의리도 쓰면 뱉는 우리니까.
이건영 논설위원
2003-06-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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