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自足

[길섶에서] 自足

이건영 기자 기자
입력 2003-05-26 00:00
수정 2003-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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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슨 일을 하다 낭패를 당하면 곧잘 ‘분수 타령’을 한다.주위에서도 “분수를 모르고….”하는 핀잔으로 답하기 일쑤다.분수를 넘쳐 처신했음을 비꼬는 말일 것이다.분수를 알았을 때의 행동은 조신하며 넉넉한 모습을 준다.여유의 아름다움도 있다.

어느 그릇이나 물을 채울 때는 적당히 채워야 한다.너무 꽉 채우고자 욕심을 부리면 물은 넘쳐나기 마련이다.모든 것에는 나름대로의 선(線)이 있다.일상의 온갖 불행은 이 선을 넘는 데서 시작된다.우스개로 ‘과욕’이 참사를 부른다고 하지 않던가.

어느 도공이 제 분수를 뒤늦게 깨닫고 빚었다는 구전속의 계영배(戒盈盃).술을 7부까지 부어야지 그 이상 부으면 부은 술마저 사라져 버린다는 그 술잔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분수의 자족(自足)이다.

나이가 들면서 욕심과 아집은 늘어나는 법이다.이때 자족이란 두 글자를 반추하지 않으면 노욕(老慾)의 추한 포로가 된다.노욕은 그 흔한 상식도 파괴해 버린다.부족한 듯한 것에 만족할 때가 한층 멋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건영 논설위원

2003-05-2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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