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아시죠? 먼저 냉장고 문을 연다.코끼리를 냉장고 안에 넣는다.그리고 냉장고 문을 닫는다.이 순서의 논리대로 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죠.무슨 일을 하든 순서대로,순리대로 하면 무리는 없는 법입니다.문제는 순리를 거스르는 데서 생기니까요.
음식도 순서가 중요합니다.만드는 것도 그렇고,먹는 것도 그렇습니다.음식을 만들 때 순서는 정말 중요합니다.기자 초년병 시절,요리를 맡았는데 어떤 요리 선생님이 주신 레서피(recipe)를 읽다가 레서피를 대거 수정한 적이 있습니다.너무 복잡하면 독자들이 따라 하지 못하겠다는 짧은 생각에 오려두기,붙이기를 반복해서 10단계에 육박하는 레서피를 서너 줄로 깔끔하게 정리해 버렸죠.스스로 너무 기특해 하고 있는데 지나가다 이것을 본 선배가 기겁을 하며 레서피를 그런 식으로 손보면 안 된다고 혼을 내더군요.그때만 해도 그게 얼마나 본질을 왜곡시키는지 몰랐습니다.
손님 접대 요리 일순위인 잡채를 해보면 그 순서의 중요성을 대번에 알게 됩니다.잡채를 하려면 고기,당면,표고버섯,목이버섯,양파,당근,시금치 등 여러 가지 재료가 필요한데 요리책들을 보면 그 재료 하나하나에 각각의 양념을 해서 볶거나 삶는 지난한 과정을 다 거친 후 모두 큰 그릇에 담아 섞어 완성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레서피를 보면 또르르 또르르 잔머리가 돌아갑니다.왜 이렇게 복잡해야 하는 거지? 어차피 볶아 섞는 건데 섞어 볶으면 일이 쉽잖아….퓨전이 별 건가.물론 이렇게 해도 모양새는 잡채 비슷하게 되긴 합니다.그러나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어보면 전혀 다른 요리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음식을 먹는 데도 순서는 중요합니다.한상에 모든 음식을 차려내는 우리네 상과 코스별로 음식을 내오는 서양 상의 차이가 있긴 한데 기본 원리는 똑같습니다.가벼운 맛에서 무거운 맛으로,심심한 맛에서 짭짤 매콤한 맛으로….레스토랑에서는 메뉴를 구성할 때 이 부분을 아주 중요시 여깁니다.차고 뜨겁고,기름지고 담백하고,상큼하고 묵직한 맛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뷔페에 가면 먹는 순서가 우리나라에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토마토 샐러드와 생선초밥,LA 갈비,김치를 한 접시에 수북이 쌓아서 세 번 정도 드나든 후 과식했다고 소화제를 찾는 이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요.
뷔페는 원래 7회 이상 도는 게 기본이랍니다.수북이 한 접시씩 일곱 번이 아니라 음식의 종류를 바꿔가며 일곱 번을 도는 거죠.우선 차갑고 새콤한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상큼한 맛의 야채샐러드로 입맛을 돋운 후 파스타나 간단한 해물을 먹죠.코스를 좀 길게 하려면 이쯤에서 입맛을 닦아주는 차가운 셔벗이 들어가면 좋죠.그리고 메인이랄 수 있는 고기를 거하게 먹고 달콤한 디저트와 진한 커피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거죠.“어치피 뱃속에 들어가면 섞일 건데….”라는 발상은 때려 넣고 볶는 잡채나 매한가지거든요.그런 건 국민 소득 1000달러 이하일 때 하는 생각이고요,이제는 먹는 것도 즐겁고 지혜롭게 즐겨가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신 혜 연 월간 favor 편집장
음식도 순서가 중요합니다.만드는 것도 그렇고,먹는 것도 그렇습니다.음식을 만들 때 순서는 정말 중요합니다.기자 초년병 시절,요리를 맡았는데 어떤 요리 선생님이 주신 레서피(recipe)를 읽다가 레서피를 대거 수정한 적이 있습니다.너무 복잡하면 독자들이 따라 하지 못하겠다는 짧은 생각에 오려두기,붙이기를 반복해서 10단계에 육박하는 레서피를 서너 줄로 깔끔하게 정리해 버렸죠.스스로 너무 기특해 하고 있는데 지나가다 이것을 본 선배가 기겁을 하며 레서피를 그런 식으로 손보면 안 된다고 혼을 내더군요.그때만 해도 그게 얼마나 본질을 왜곡시키는지 몰랐습니다.
손님 접대 요리 일순위인 잡채를 해보면 그 순서의 중요성을 대번에 알게 됩니다.잡채를 하려면 고기,당면,표고버섯,목이버섯,양파,당근,시금치 등 여러 가지 재료가 필요한데 요리책들을 보면 그 재료 하나하나에 각각의 양념을 해서 볶거나 삶는 지난한 과정을 다 거친 후 모두 큰 그릇에 담아 섞어 완성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레서피를 보면 또르르 또르르 잔머리가 돌아갑니다.왜 이렇게 복잡해야 하는 거지? 어차피 볶아 섞는 건데 섞어 볶으면 일이 쉽잖아….퓨전이 별 건가.물론 이렇게 해도 모양새는 잡채 비슷하게 되긴 합니다.그러나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어보면 전혀 다른 요리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음식을 먹는 데도 순서는 중요합니다.한상에 모든 음식을 차려내는 우리네 상과 코스별로 음식을 내오는 서양 상의 차이가 있긴 한데 기본 원리는 똑같습니다.가벼운 맛에서 무거운 맛으로,심심한 맛에서 짭짤 매콤한 맛으로….레스토랑에서는 메뉴를 구성할 때 이 부분을 아주 중요시 여깁니다.차고 뜨겁고,기름지고 담백하고,상큼하고 묵직한 맛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뷔페에 가면 먹는 순서가 우리나라에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토마토 샐러드와 생선초밥,LA 갈비,김치를 한 접시에 수북이 쌓아서 세 번 정도 드나든 후 과식했다고 소화제를 찾는 이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요.
뷔페는 원래 7회 이상 도는 게 기본이랍니다.수북이 한 접시씩 일곱 번이 아니라 음식의 종류를 바꿔가며 일곱 번을 도는 거죠.우선 차갑고 새콤한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상큼한 맛의 야채샐러드로 입맛을 돋운 후 파스타나 간단한 해물을 먹죠.코스를 좀 길게 하려면 이쯤에서 입맛을 닦아주는 차가운 셔벗이 들어가면 좋죠.그리고 메인이랄 수 있는 고기를 거하게 먹고 달콤한 디저트와 진한 커피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거죠.“어치피 뱃속에 들어가면 섞일 건데….”라는 발상은 때려 넣고 볶는 잡채나 매한가지거든요.그런 건 국민 소득 1000달러 이하일 때 하는 생각이고요,이제는 먹는 것도 즐겁고 지혜롭게 즐겨가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신 혜 연 월간 favor 편집장
2003-05-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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