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드라이브] 주연과 조연 사이

[시네 드라이브] 주연과 조연 사이

황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3-05-09 00:00
수정 200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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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과장되게 말하자면,요즘 한국영화는 두 종류다.개그맨 뺨치게 웃기는 조연들로 은근슬쩍 승부수를 띄우는 영화와,그렇지 않은 영화.

조연들의 재치있는 대사연기는 ‘효용’이 대단하다.잘 생긴 이목구비만 믿는 주인공들의 위태로운 연기나,연출의 허점을 얼렁뚱땅 가리는 데 그만큼 손쉬운 카드가 없어보인다.

유오성 주연의 멜로 ‘별’.엉성한 드라마에서 의외로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조연인 공형진의 애드리브 연기다.주인공의 회사 동료로 나온 그는 오히려 주인공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김민종·김정은 주연의 액션멜로 ‘나비’에서도 마찬가지다.연극배우 출신인 ‘단골조연’ 이문식과 김승욱이,삼청교육대를 소재로 삼아 무겁게 가라앉을 뻔한 영화의 균형을 잡아줬다.

뒷골목을 전전하다 원수가 된 두사람이 삼청교육대 울타리 안에서까지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은 그대로 한편의 ‘수준있는’(흠잡을 데 없는 환상의 콤비플레이!) 코미디다.

조연이 있어 주연이 빛나는 법.조연없는 영화는 없었다.

하지만 요즘 상황은 분명히 예전과는 딴판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변희봉(형사반장)이,‘선생 김봉두’에서 성지루(초등학교의 막일꾼)가,곧 개봉할 ‘와일드 카드’에서 안마시술소 사장인 이도경이 빠졌다면? ‘앙꼬'없는 붕어빵이다.

최근 한 남자 주인공이 인터뷰에서 이런 자성섞인 말을 했다.“예전엔 조연이 나오는 대목에선 갑자기 극의 톤이 뚝 떨어지는 위험부담이 컸다.요즘은 그 반대다.주인공들이 지지부진하게 끌고가던 드라마에 결정적으로 숨통을 틔우는 건 십중팔구 조연들의 몫이다.”

‘일당백의 조연’ 이문식에게 최근 주인공 역할의 시나리오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물론 코미디다.“그 영화,되겠나?” 대번에 튀어나올 일반의 반응을 당사자가 꿰뚫었음에 틀림없다.정작 이문식은 주연 제의를 고사하고 있다.“내가 주연한 영화를 누가 와서 보겠냐?”며.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스타’말고,한발 한발 영역을 넓힌 땀내나는 ‘배우’가 주인공인 영화가 많아져야 한다.

이문식이 타이틀롤을 따내고 제작발표회를 주도하는 ‘그림’을 기대해본다.

황수정 기자
2003-05-0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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