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점이 되어선 안되구요,헌정집을 기획한 분들의 속뜻에 주목하세요.자기 잇속만 챙기는 삭막한 세태에 도와줄 것도 없고 그런 책을 받을 처지도 안되는 제게 과분한 정성을 모아준 자체로 아름다우니까요.”
소설가 서영은이 오는 5월18일 회갑을 맞는다.그는 동료 문인들에게 쉼터이고 ‘다리’같은 존재.당연히 동료들은 2권의 헌정집(아래 박스 참조) ‘그대에게 꽃을…’(시공사)과 ‘그 꽃의 비밀’(이룸)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주인공인 그는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운 듯 “동료들을 가운데에 두라.”고 거듭 강조했다.서울 평창동에서 봉순·점순·귀동 등 강아지 세마리와 사는 그를 25일 만났다.
“나이를 먹으니 결국 ‘내가 아니고 우리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그 꽃의 비밀’에 참여한 동료 50명의 글에는 불화·사랑·충돌 등 그들과 공유한 사건에서 솎은 기억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이제 돌아다보니 넓은 의미의 사랑을 확인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마당이었음을 확인합니다.헌정집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시간’인 셈이지요.”
또 막 나온 후배들의 헌정 소설집 ‘그대에게 꽃을…’을 읽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들 열두분 모두가 비록 후배지만 문학에서는 제가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고 한국문학의 미래를 짊어질 기둥”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후배들에게서 한국문학의 미래를 비춰보는 것은 그의 ‘문학 나이테’가 적지않음을 뜻한다.“문학은 다른 매체와 경쟁하기엔 한계가 많지만 그 시대 사람에게 성찰을 가능케하는 큰 역할이 있습니다.삶의 정체성·진정성을 찾는 길잡이라는 영원한 의미 말입니다.”
그의 삶을 돌아다보면 문학은 일종의 ‘생명수’였다.사범학교 졸업후 교사 등 다른 일에서는 의미를 결코 찾을 수 없는 그에게 내부에서 끊임없이 샘솟는 욕구를 채워준 것은 문학이었다.그는 “어떤 것에도 상대적으로 한계지워지지 않는 절대성의 방법을 찾는 출구”였다고 토로한다.
68년 사상계에 단편 ‘교(橋)’가 입선돼 문단에 맨살을 보인 뒤 35년 동안 숱한 장단편으로 우리 문단을 풍요롭게 했다.특히 83년의 ‘먼 그대’는 문자라는 여주인공에게 ‘낙타의 힘’을 상징적으로 부여하면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87년 스승이자 삶의 버팀목이던 30살 연상의 김동리와 사별한 뒤 하느님을 만났고 그 경험을 살려 장편 ‘꽃들은 어디로 갔나’와 ‘저쪽 세상의 시작’(해냄 출간예정)을 준비하고 있다.지금껏 살아온 삶을 반추하면서 기로가 되었던 순간에 ‘신의 뜻대로 갔더라면’이라는 상황을 가정,수필과 소설기법을 혼용한 작품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동료·후배 헌정집 2권
●‘그대에게 꽃을…’(시공사)
소설가 심상대의 제안으로 성석제 조용호 윤대녕 한창훈 김도연 박청호 김영하 박성원 김연수 등 청년작가 12인이 단편을 품앗이했다.단순히 회갑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선생님의 문학적 삶과 그 결과인 빛나는 소설작품으로부터 받은 영향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했다.서영은은 ‘절대를 찾아가는 순례’라는 자전적 산문으로 답한다.마루 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어린시절부터 현재 신과의 만남으로 누리는 안식 등을 들려준다.두번이나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너무 일찍 허무와 무의미라는 덫이먹구름처럼 드리워진” 삶을 문학을 통해 벗어나는 과정 등이 담겼다.
●‘그 꽃의 비밀’(이룸)
한국문학학교의 서영은 제자였던 이경희씨와 김아진(문학사상 편집장)이 보은의 뜻으로 발품을 팔아 모은 글집.서영은을 아는 작가 화가 사진작가 등 50명이 두 제자의 제안에 팔을 걷어붙였다.
책 속엔 서영은의 삶이 그대로 묻어난다.먼저 중학교 은사인 수필가 김옥남을 비롯, 70년대 문학사상에서 일할 때 만난 강인숙이 젊은 날의 서영은의 모습을 들려준다.이제하 이재연 등 서영은의 문우인 ‘정릉친구’들이 작가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시절을 회상하고 시인 김소연과 소설가 하성란 등 후배들은 그들의 문학에 어떤 영양소를 주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소설가 서영은이 오는 5월18일 회갑을 맞는다.그는 동료 문인들에게 쉼터이고 ‘다리’같은 존재.당연히 동료들은 2권의 헌정집(아래 박스 참조) ‘그대에게 꽃을…’(시공사)과 ‘그 꽃의 비밀’(이룸)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주인공인 그는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운 듯 “동료들을 가운데에 두라.”고 거듭 강조했다.서울 평창동에서 봉순·점순·귀동 등 강아지 세마리와 사는 그를 25일 만났다.
“나이를 먹으니 결국 ‘내가 아니고 우리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그 꽃의 비밀’에 참여한 동료 50명의 글에는 불화·사랑·충돌 등 그들과 공유한 사건에서 솎은 기억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이제 돌아다보니 넓은 의미의 사랑을 확인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마당이었음을 확인합니다.헌정집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시간’인 셈이지요.”
또 막 나온 후배들의 헌정 소설집 ‘그대에게 꽃을…’을 읽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들 열두분 모두가 비록 후배지만 문학에서는 제가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고 한국문학의 미래를 짊어질 기둥”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후배들에게서 한국문학의 미래를 비춰보는 것은 그의 ‘문학 나이테’가 적지않음을 뜻한다.“문학은 다른 매체와 경쟁하기엔 한계가 많지만 그 시대 사람에게 성찰을 가능케하는 큰 역할이 있습니다.삶의 정체성·진정성을 찾는 길잡이라는 영원한 의미 말입니다.”
그의 삶을 돌아다보면 문학은 일종의 ‘생명수’였다.사범학교 졸업후 교사 등 다른 일에서는 의미를 결코 찾을 수 없는 그에게 내부에서 끊임없이 샘솟는 욕구를 채워준 것은 문학이었다.그는 “어떤 것에도 상대적으로 한계지워지지 않는 절대성의 방법을 찾는 출구”였다고 토로한다.
68년 사상계에 단편 ‘교(橋)’가 입선돼 문단에 맨살을 보인 뒤 35년 동안 숱한 장단편으로 우리 문단을 풍요롭게 했다.특히 83년의 ‘먼 그대’는 문자라는 여주인공에게 ‘낙타의 힘’을 상징적으로 부여하면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87년 스승이자 삶의 버팀목이던 30살 연상의 김동리와 사별한 뒤 하느님을 만났고 그 경험을 살려 장편 ‘꽃들은 어디로 갔나’와 ‘저쪽 세상의 시작’(해냄 출간예정)을 준비하고 있다.지금껏 살아온 삶을 반추하면서 기로가 되었던 순간에 ‘신의 뜻대로 갔더라면’이라는 상황을 가정,수필과 소설기법을 혼용한 작품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동료·후배 헌정집 2권
●‘그대에게 꽃을…’(시공사)
소설가 심상대의 제안으로 성석제 조용호 윤대녕 한창훈 김도연 박청호 김영하 박성원 김연수 등 청년작가 12인이 단편을 품앗이했다.단순히 회갑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선생님의 문학적 삶과 그 결과인 빛나는 소설작품으로부터 받은 영향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했다.서영은은 ‘절대를 찾아가는 순례’라는 자전적 산문으로 답한다.마루 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어린시절부터 현재 신과의 만남으로 누리는 안식 등을 들려준다.두번이나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너무 일찍 허무와 무의미라는 덫이먹구름처럼 드리워진” 삶을 문학을 통해 벗어나는 과정 등이 담겼다.
●‘그 꽃의 비밀’(이룸)
한국문학학교의 서영은 제자였던 이경희씨와 김아진(문학사상 편집장)이 보은의 뜻으로 발품을 팔아 모은 글집.서영은을 아는 작가 화가 사진작가 등 50명이 두 제자의 제안에 팔을 걷어붙였다.
책 속엔 서영은의 삶이 그대로 묻어난다.먼저 중학교 은사인 수필가 김옥남을 비롯, 70년대 문학사상에서 일할 때 만난 강인숙이 젊은 날의 서영은의 모습을 들려준다.이제하 이재연 등 서영은의 문우인 ‘정릉친구’들이 작가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시절을 회상하고 시인 김소연과 소설가 하성란 등 후배들은 그들의 문학에 어떤 영양소를 주었는지를 이야기한다.
2003-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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