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제안 거부 시사 안팎/美 “대담한 제안은 시간벌기” 의구심

美, 北제안 거부 시사 안팎/美 “대담한 제안은 시간벌기” 의구심

입력 2003-04-30 00:00
수정 200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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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백문일특파원|북핵 해법을 둘러싼 북·미간 대치국면을 푸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베이징 3자회담은 아주 유용했다.”고 말했음에도 부시 행정부 내 일부 관리들은 핵포기와 체제보장을 맞교환하는 일괄타결식 제안에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북한의 제의가 기존의 요구조건을 총망라한 것에 지나지 않고 요구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핵무기 폐기선언을 하겠다는 이유로 강경파들은 수용불가 방침을 주장,협상은 낙관하기에 이르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9일 전화통화에서 평화적인 해결책을 거듭 다짐했고,파월 장관이 북한의 제안은 추후 논의의 대상이라고 말한 점은 어떤 형식으로든 협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북한이 여러 조건들을 달아 ‘모두 충족되면’이라는 단서를 붙였으나 핵폐기와 미사일 개발의 중단이라는 카드를 제시한 점은 미국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진전이다.

●북한의 ‘대담한 제안’사실로 확인돼

‘공’은 일단 미국측으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북한이 요구한 체제 안전보장에 미국이 선(先)핵포기 입장을 굽힐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접점을 찾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은 3자협상에서 북핵이 검증가능하고 되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돼야 함을 거듭 주장했다.북한의 제안에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구체적인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으나,선 핵 폐기시 북한의 식량문제와 에너지난을 도울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제안은 미국이 추구해온 북핵의 포괄적 협상방식과 내용상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선후는 뒤바뀌었다.북한은 핵 개발 폐기와 사찰 수용,미사일 개발과 수출의 중단 등 미국이 줄곧 제기해온 이슈들을 총망라한 것으로 분석된다.다만 보상책으로 안전보장과 중유공급 재개를 포함,요구조건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고 못박은 게 문제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부시 대통령이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을 강조한 것은 협상 전망을 밝게 한다.북한의 핵보유가 ‘공갈게임’이라고 강경 발언을 한 부시 대통령이 대화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관건은 ‘선 핵포기’ 문제

파월 장관은 28일 마르완 무와셰르 요르단 외무장관과의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3자회담은 아주 유용했다.”고 전제한 뒤 “북한은 자신들이 하는 많은 일들을 인정했고 이것들은 추후 논의의 대상”이라고 말했다.이는 추가 회담의 가능성을 시사할 뿐 아니라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협박용’이 아니라 ‘협상용’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은 강경파를 중심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흘리고 있다.고농축 우라늄 개발이라든가 핵 무기 보유 등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북한이 무조건 폐기해야 할 의무사항이라는 점에서 ‘포기선언’으로는 곤란하고 실제 무장해제가 이뤄져야 대북 지원책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미 행정부 내 강온 입장도 변수

미국이 선 핵포기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북한의 입장도 강경하다.북·미 핵 합의에 따른 경수로 지원이 늦춰진 데 1차적 책임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안전보장과 중유공급을 우선적으로 해달라는 것이다.그리고 핵과 미사일 문제는 처음부터 다시 협상할 것을 요구한다.

여기다 미 행정부 내에서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주도하는 대북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제의가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용이라는 시각이 엄존하고 있다.협상이 뒤틀릴 경우 이들 강경파의 목소리는 언제든 전면으로 부상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지기까지는 여전히 적지 않은 시련이 있음을 예고한다.

mip@
2003-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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