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오일만특파원|상하이(上海)의 최대 번화가 난징둥루(南京東路)는 신흥 귀족(新貴族)들의 쇼핑가로 유명하다.명품족들의 집결지인 이스턴 백화점의 4층 휴대전화 매장은 모토롤라 노키아 에릭슨 등 유명 다국적기업들의 전시장이다.
그 중앙에 4000위안(60만원)이 넘는 고가품들이 따로 진열돼 있는데 삼성전자의 ‘애니콜’ 제품들로 가득찼다.매장 지배인 류화(劉華·35)는 “다른 제품보다 2배나 가격이 비싸도 애니콜을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고 즐거워했다. 애니콜은 중저가 시장에서 모토롤라와 노키아에 밀리지만 4000∼5000위안(60만∼75만원)대의 고급 제품 시장에서는 수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렇듯 중국 대륙 곳곳에서 한국 상품들의 ‘선전’은 실로 놀랍다.만리장성보다 높다는 중국의 각종 경제 장벽들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제품들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삼성이나 LG 등 일부 가전제품들은 중국 시장점유율 1위로 뛰어오르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상품들이 모두 승승장구하는 것은 아니다.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만∼1만 2000개로 추정되지만 중국인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된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전후로 경쟁적으로 현지로 진출하고 있지만 저임의 인건비를 따먹는 ‘물량떼기’나 철지난 상품을 가져와 망신당한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효수(李曉秀)중국 본부장은 “미제나 일제와 달리 한국 제품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아직은 중저가 상품으로 통한다.”며 “고급 브랜드로 인식을 심어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급 이미지 광고가 주효
실패도 있었다.90년대 후반까지 삼성전자는 양적 팽창 전략을 채택,중저가 시장으로 뛰어들었지만 브랜드 홍보 미흡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3년 전부터 중국 전역에서 국내와 똑같은 브랜드 광고를 시작,최고급 상품이란 이미지를 굳혔다.
베이징 왕푸징(王府井)의 최대 백화점 신둥팡(新東方)이나 차오양취(朝陽區)의 타이핑양(太平洋) 백화점을 가보면 LG 가전제품들이 눈에 들어온다.중저가부터고가제품까지 폭넓은 사양을 갖춘 LG전자는 중국 진출 10년만에 중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한국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LG의 중국 내 판매 성적은 참으로 화려하다.광스토리지(CD롬) 시장점유율 1위(25%,200만대) 전자레인지 1위(39.7%,150만대)다.뒤늦게 뛰어든 CDMA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지난해 60만대(12%)를 팔아 3위를 했다.
LG 중국본부 최만복(崔萬福)부사장은 “중국 대리점의 개입을 배제하고 유통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직판체제가 주효했다.”며 “전국 600여개 매장에 3000여명의 임시고용 사원들이 중국 대륙을 누비며 판촉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로 승부
지난해 중국관영 CCTV와 인민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는 63%라는 시장점유율로 4년 연속 파이제품 1위를 기록했다.
초코파이의 중국명은 하오리유(好麗友·좋고 멋진 친구).지난 95년 헤이룽장(黑龍江)성에 ‘오징어 땅콩’ 공장을 설립했다.한국에서 남아도는 잉여 설비로 지은 ‘중고 공장’이었다.결과는 대패로 끝났다.
중국이 결코 만만치않다는 것을 깨달은 경영진은 96년부터 회사 최고 제품인 초코파이를 들여왔고 설비도 최신 기술로 바꿨다.최고의 전략상품,최고의 기술로 승부를 건 것이다.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
베이징 시내에서 동북쪽으로 30㎞쯤 떨어진 화이러우취(懷柔區) 공군실험기지(空軍實驗基地) 공사현장에서 대우 굴삭기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베이징 쓰우환루(西五環路) 공사 등 주요 건설현장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대우 굴삭기다.지난해 3750대를 팔아 굴삭기 시장점유율 24%로 1위를 했고 올 4월 누계 판매 1만대를 돌파,저력을 과시했다.
96년 당시 대우 굴삭기는 거의 밑바닥을 맴돌아 결국 중국 시장에서 금기시된 ‘할부판매’로 승부를 걸었다.김동철(金東哲) 대우기계 베이징 지사장은 “할부판매 이후 다들 무리라고 말렸지만 전국 100여개의 A/S망을 만든 것도 판매 1위로 뛰어오른 비결”이라고 밝혔다.
‘매운 것을 먹지 못하면 남자가 아니다.(喫不了辣的 非漢子)’.상하이 시내버스의 광고판에서 볼수 있는 ‘신라면’의 광고 문구다.중국인들은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는 데다 비교적 선호하는 컵라면도 아닌 끓여 먹는 신라면이 성공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았다.하지만 농심은 상위 5% 인구(6500만명)의 고소득층을 겨냥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중국에서 타이어의 대명사는 금호 브랜드다.지난해 1000만개를 생산,국내외 업체를 통틀어 시장점유율 1위(20.5%)를 차지했다.중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금호는 가격을 3∼5% 높이면서 품질(주행거리)은 30%를 높였다.소비자에게 ‘고급이면서 가격은 저렴하다.’는 이미지 광고가 주효했다.
●쏘나타 1호 생산
베이징 시내에서 올들어 쏘나타 택시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지난해 4월 베이징에 입성한 현대차는 12월23일 ‘쏘나타 1호’를 생산,중국 공략의 시동을 걸었다.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표준 모델택시로 채택,돌풍을 예고하고 있다.2010년 5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베이징 현대차의 노재만(盧載萬) 대표는 “마이카 붐을 타고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가 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숱한 좌절과 실패를 딛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상품들은 현재 중저가의 중국제품과 세계 최고의 다국적기업들 사이에 낀 상황이다.한 차원 업그레이드한 고기술·고품질만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무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oilman@
■셰청 SK그룹 현지법인 대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화두는 ‘현지화’로 집약된다.
수교 10년 이후 수출기지에서 내수시장으로 공략 포인트를 맞춘 한국기업들에 현지화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절실한 과제가 된 것이다.
SK그룹이 중국 현지화를 목표로 2년 전 출범시킨 SK차이나의 셰청(謝澄·42) 대표를 만나 중국 시장을 파고드는 다양한 전략을 알아봤다.
셰청 대표는 중국 쓰촨(四川)성 출신으로 칭화대(淸華大) 공정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퍼듀대에서 물리학과 전자공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인텔 본사와 인텔 차이나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현지화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인가.
- 현지화는 단순히 현지인을 관리층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관리자가 중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총체적 관리 이념이 현지 문화와 융합돼야 한다는 의미다.
2년간 SK차이나 대표로서 일한 경험에 따르면 인간 위주의 경영원칙이 가장 중요하다.한국기업이 중국에 뿌리를 내리려면 기업의 응집력을 키워야 하며 ‘인간’ 자원이 핵심 역할을 한다.
중국 직원들이 ‘조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하면 최고 경영층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그들의 역량을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중국 직원을 저렴한 노동력으로만 보지 않고 기업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과 중국의 기업문화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 역사적 문화적으로 두 나라는 통하는 것이 많지만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한국은 인구도 적고 면적도 작아 속도가 빠르고 단결심과 자아 보호의식도 강하다.
반면 중국은 대국으로 내부에서조차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어 일의 속도가 느리다.반면 심리적으로 ‘개방화’의 특성을 갖고 있다.
문화적 충돌이 상존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올바른 현지화 방향은.
- 중국 시장을 개발하는 것은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한 수 앞만 내다보지 말고 포석부터 장기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
SK그룹의 경우 중국에 ‘제2의 SK’를 구축한다는 거시 목표를 갖고 공동의 발전과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하면서 10년 이상을 준비해 왔다.세계화의 통로로 중국 시장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문제점이 있다면.
- 한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를 보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분산적인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다.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전략 부재 때문이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결국 마케팅이나 판매는 중국인과 중국 기업을 통해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중국 사업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중 쌍방의 수요는 명확하다.한국 기업은 중국의 시장을 바라고 중국 기업은 한국의 선진 관리와 제품 기술을 원한다.
협력 파트너 쌍방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한국 상품의 중국내 인지도는 어느 정도이며 어떤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하는지.
- 한국 제품이 중국에 들어온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전자제품을예로 들면 몇몇 제품을 제외하고 일류 브랜드는 일본제로 인식돼 있다.한국은 그 뒤를 잇고 있다는 인식이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반면 삼성이나 LG의 브랜드는 미국과 유럽 기업보다 인지도가 앞선다.최근 한국제 문화·인터넷 게임의 강세도 브랜드 제고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 민족의 책임감,근면성도 중국 사람에게 강한 인식을 심어줘 한국 제품의 인지도를 높인 원인이 됐다.
중국에서 관시(關係)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나 되는가.
- 관시의 중요성이나 ‘지위’도 계속 변화 중이다.폐쇄된 시장이나 불균등한 시장,계획경제 하에서는 관시가 제일 중요했지만 현재의 중국 시장은 이 단계를 넘어섰다.
과거의 관시는 ‘안 되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면 지금의 관시는 ‘얼마나 빨리 일을 추진하게 하느냐’로 요약된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나 관리 방식도 굉장히 투명해지고 있다.지방정부의 투명화되는 속도가 중앙정부보다 빠른 느낌이 든다.
그 중앙에 4000위안(60만원)이 넘는 고가품들이 따로 진열돼 있는데 삼성전자의 ‘애니콜’ 제품들로 가득찼다.매장 지배인 류화(劉華·35)는 “다른 제품보다 2배나 가격이 비싸도 애니콜을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고 즐거워했다. 애니콜은 중저가 시장에서 모토롤라와 노키아에 밀리지만 4000∼5000위안(60만∼75만원)대의 고급 제품 시장에서는 수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렇듯 중국 대륙 곳곳에서 한국 상품들의 ‘선전’은 실로 놀랍다.만리장성보다 높다는 중국의 각종 경제 장벽들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제품들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삼성이나 LG 등 일부 가전제품들은 중국 시장점유율 1위로 뛰어오르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상품들이 모두 승승장구하는 것은 아니다.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만∼1만 2000개로 추정되지만 중국인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된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전후로 경쟁적으로 현지로 진출하고 있지만 저임의 인건비를 따먹는 ‘물량떼기’나 철지난 상품을 가져와 망신당한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효수(李曉秀)중국 본부장은 “미제나 일제와 달리 한국 제품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아직은 중저가 상품으로 통한다.”며 “고급 브랜드로 인식을 심어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급 이미지 광고가 주효
실패도 있었다.90년대 후반까지 삼성전자는 양적 팽창 전략을 채택,중저가 시장으로 뛰어들었지만 브랜드 홍보 미흡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3년 전부터 중국 전역에서 국내와 똑같은 브랜드 광고를 시작,최고급 상품이란 이미지를 굳혔다.
베이징 왕푸징(王府井)의 최대 백화점 신둥팡(新東方)이나 차오양취(朝陽區)의 타이핑양(太平洋) 백화점을 가보면 LG 가전제품들이 눈에 들어온다.중저가부터고가제품까지 폭넓은 사양을 갖춘 LG전자는 중국 진출 10년만에 중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한국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LG의 중국 내 판매 성적은 참으로 화려하다.광스토리지(CD롬) 시장점유율 1위(25%,200만대) 전자레인지 1위(39.7%,150만대)다.뒤늦게 뛰어든 CDMA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지난해 60만대(12%)를 팔아 3위를 했다.
LG 중국본부 최만복(崔萬福)부사장은 “중국 대리점의 개입을 배제하고 유통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직판체제가 주효했다.”며 “전국 600여개 매장에 3000여명의 임시고용 사원들이 중국 대륙을 누비며 판촉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로 승부
지난해 중국관영 CCTV와 인민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는 63%라는 시장점유율로 4년 연속 파이제품 1위를 기록했다.
초코파이의 중국명은 하오리유(好麗友·좋고 멋진 친구).지난 95년 헤이룽장(黑龍江)성에 ‘오징어 땅콩’ 공장을 설립했다.한국에서 남아도는 잉여 설비로 지은 ‘중고 공장’이었다.결과는 대패로 끝났다.
중국이 결코 만만치않다는 것을 깨달은 경영진은 96년부터 회사 최고 제품인 초코파이를 들여왔고 설비도 최신 기술로 바꿨다.최고의 전략상품,최고의 기술로 승부를 건 것이다.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
베이징 시내에서 동북쪽으로 30㎞쯤 떨어진 화이러우취(懷柔區) 공군실험기지(空軍實驗基地) 공사현장에서 대우 굴삭기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베이징 쓰우환루(西五環路) 공사 등 주요 건설현장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대우 굴삭기다.지난해 3750대를 팔아 굴삭기 시장점유율 24%로 1위를 했고 올 4월 누계 판매 1만대를 돌파,저력을 과시했다.
96년 당시 대우 굴삭기는 거의 밑바닥을 맴돌아 결국 중국 시장에서 금기시된 ‘할부판매’로 승부를 걸었다.김동철(金東哲) 대우기계 베이징 지사장은 “할부판매 이후 다들 무리라고 말렸지만 전국 100여개의 A/S망을 만든 것도 판매 1위로 뛰어오른 비결”이라고 밝혔다.
‘매운 것을 먹지 못하면 남자가 아니다.(喫不了辣的 非漢子)’.상하이 시내버스의 광고판에서 볼수 있는 ‘신라면’의 광고 문구다.중국인들은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는 데다 비교적 선호하는 컵라면도 아닌 끓여 먹는 신라면이 성공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았다.하지만 농심은 상위 5% 인구(6500만명)의 고소득층을 겨냥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중국에서 타이어의 대명사는 금호 브랜드다.지난해 1000만개를 생산,국내외 업체를 통틀어 시장점유율 1위(20.5%)를 차지했다.중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금호는 가격을 3∼5% 높이면서 품질(주행거리)은 30%를 높였다.소비자에게 ‘고급이면서 가격은 저렴하다.’는 이미지 광고가 주효했다.
●쏘나타 1호 생산
베이징 시내에서 올들어 쏘나타 택시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지난해 4월 베이징에 입성한 현대차는 12월23일 ‘쏘나타 1호’를 생산,중국 공략의 시동을 걸었다.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표준 모델택시로 채택,돌풍을 예고하고 있다.2010년 5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베이징 현대차의 노재만(盧載萬) 대표는 “마이카 붐을 타고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가 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숱한 좌절과 실패를 딛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상품들은 현재 중저가의 중국제품과 세계 최고의 다국적기업들 사이에 낀 상황이다.한 차원 업그레이드한 고기술·고품질만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무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oilman@
■셰청 SK그룹 현지법인 대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화두는 ‘현지화’로 집약된다.
수교 10년 이후 수출기지에서 내수시장으로 공략 포인트를 맞춘 한국기업들에 현지화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절실한 과제가 된 것이다.
SK그룹이 중국 현지화를 목표로 2년 전 출범시킨 SK차이나의 셰청(謝澄·42) 대표를 만나 중국 시장을 파고드는 다양한 전략을 알아봤다.
셰청 대표는 중국 쓰촨(四川)성 출신으로 칭화대(淸華大) 공정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퍼듀대에서 물리학과 전자공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인텔 본사와 인텔 차이나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현지화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인가.
- 현지화는 단순히 현지인을 관리층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관리자가 중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총체적 관리 이념이 현지 문화와 융합돼야 한다는 의미다.
2년간 SK차이나 대표로서 일한 경험에 따르면 인간 위주의 경영원칙이 가장 중요하다.한국기업이 중국에 뿌리를 내리려면 기업의 응집력을 키워야 하며 ‘인간’ 자원이 핵심 역할을 한다.
중국 직원들이 ‘조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하면 최고 경영층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그들의 역량을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중국 직원을 저렴한 노동력으로만 보지 않고 기업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과 중국의 기업문화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 역사적 문화적으로 두 나라는 통하는 것이 많지만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한국은 인구도 적고 면적도 작아 속도가 빠르고 단결심과 자아 보호의식도 강하다.
반면 중국은 대국으로 내부에서조차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어 일의 속도가 느리다.반면 심리적으로 ‘개방화’의 특성을 갖고 있다.
문화적 충돌이 상존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올바른 현지화 방향은.
- 중국 시장을 개발하는 것은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한 수 앞만 내다보지 말고 포석부터 장기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
SK그룹의 경우 중국에 ‘제2의 SK’를 구축한다는 거시 목표를 갖고 공동의 발전과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하면서 10년 이상을 준비해 왔다.세계화의 통로로 중국 시장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문제점이 있다면.
- 한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를 보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분산적인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다.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전략 부재 때문이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결국 마케팅이나 판매는 중국인과 중국 기업을 통해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중국 사업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중 쌍방의 수요는 명확하다.한국 기업은 중국의 시장을 바라고 중국 기업은 한국의 선진 관리와 제품 기술을 원한다.
협력 파트너 쌍방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한국 상품의 중국내 인지도는 어느 정도이며 어떤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하는지.
- 한국 제품이 중국에 들어온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전자제품을예로 들면 몇몇 제품을 제외하고 일류 브랜드는 일본제로 인식돼 있다.한국은 그 뒤를 잇고 있다는 인식이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반면 삼성이나 LG의 브랜드는 미국과 유럽 기업보다 인지도가 앞선다.최근 한국제 문화·인터넷 게임의 강세도 브랜드 제고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 민족의 책임감,근면성도 중국 사람에게 강한 인식을 심어줘 한국 제품의 인지도를 높인 원인이 됐다.
중국에서 관시(關係)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나 되는가.
- 관시의 중요성이나 ‘지위’도 계속 변화 중이다.폐쇄된 시장이나 불균등한 시장,계획경제 하에서는 관시가 제일 중요했지만 현재의 중국 시장은 이 단계를 넘어섰다.
과거의 관시는 ‘안 되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면 지금의 관시는 ‘얼마나 빨리 일을 추진하게 하느냐’로 요약된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나 관리 방식도 굉장히 투명해지고 있다.지방정부의 투명화되는 속도가 중앙정부보다 빠른 느낌이 든다.
2003-04-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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