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건강보감] 루이나이웨이·장주주 부부

[나의 건강보감] 루이나이웨이·장주주 부부

심재억 기자 기자
입력 2003-03-24 00:00
수정 200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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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몸보다 정신이 강한 여자다.50㎏에도 못미치는 가냘픈 몸으로 세계 여류바둑계를 쥐락펴락하는 그를 그래서 사람들은 ‘철녀(鐵女)’라고 부른다.춘란배 결승대국이 열린 지난 18일 한국기원 4층 검토실.조훈현 9단 등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이창호 9단의 대국을 지켜보며 열띤 검토의견을 나누는 사이에 한 여성 기사가 앉아 있었다.체구가 유난히 작은 데다 말수도 없어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대마(大馬) 같은 남성들에게 가리기 일쑤다.바로 세계 여류바둑의 정상 루이 9단이다.곁에는 남편 장주주가 항상 함께한다.

루이나이웨이(芮乃偉·39).여자로는 세계 유일의 9단위 보유자다.남편 장주주(江鑄久·40) 9단과 함께 고국 중국을 떠나 미국,일본 등 ‘바둑을 둘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돌다 한국에 정착,한국기원 최초의 중국인 기사가 됐다.루이는 최근 국제 기전인 정관장배를 거머쥐는 등 더욱 날카로운 기세를 드러내는가 하면 장주주도 오랜 유랑의 불안을 털고 점차 안정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루이 9단을 처음 대한 사람들은 두번쯤 놀란다.우선,왜소한 체격에 놀란다.체중을 물었더니 남편이 48㎏이라고 귀띔한다.자신은 ‘그 2배쯤’이라며 씩 웃었다.그들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그럼에도 승부를 얘기할 때는 상대를 제압하는 근성을 드러냈다.도대체 이들의 내면에서 무엇이 그토록 강인한 승부의 기세를 격발시키는 것일까.

검토실에서 반상을 응시하는 루이의 눈빛은 형형했다.승부욕과 집념이 숨김없이 드러났다.사람들은 그의 이런 면모에 다시 놀란다.루이에게 건강을 물었더니 “건강은 좋은데 요즘 컨디션은 별로”라고 했다.일국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붓는 프로기사들,어차피 실력이 종잇장 차이인 바에야 건강과 집념이 승부의 관건이 아닐 수 없다.

루이는 “대국을 치른 뒤에는 음식을 못먹는 것은 물론 잠도 못잔다.”며 프로기사의 피말리는 애환을 털어놨다.이런 일화도 소개했다.“지난달 대한매일 주최 패왕전 본선에서 박영훈 3단과 무려 10시간의 대국을 치렀다.다행히 이겼지만 그날 집에 와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철녀’인 것은 결코육체적 강인함을 이르는 말은 아니다.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철골(鐵骨)의 기세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별명의 배경을 설명하자 그도 수긍한다는 듯 빙긋 웃었다.

이들 부부는 산이나 대학을 찾아 ‘명상의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 말고는 따로 운동을 하지 못한다.대국 일정에 쫓겨 시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아서다.틈나면 도봉산과 수락산을 오르곤 한다.한번 산을 타는 시간은 4∼5시간 정도.산이 좋으냐고 묻자 “도전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매질하는 것”이라며 “기분전환에도 좋지만 시간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일본에 머물 때는 후지산도 3번이나 등정했다는 이들이다.

이들,특히 루이의 승부욕은 대단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자신은 “그냥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그러나 일단 대국장에 들어서면 비장하다.표정이 딴판이라고 하자 “상대가 있는데 바둑두면서 웃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파안대소했다.

그렇게 힘든 바둑을 두고도 몸이 버텨내느냐고 묻자 “바둑을 둘 수 있어 행복하다.”며 말을 이었다.“좋아하는 일을,최선을 다해 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

이들은 가끔 집근처인 한양대 캠퍼스를 찾아 ‘명상의 산책’을 하며 대국으로 지친 심신을 추스른다.한가할 때는 거리도 곧잘 걷는다.그렇게 평상심을 찾는다.평상심이야말로 기력을 십분 발휘하게 하는 관건이라고 믿는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이들의 또 다른 즐거움.집에서 한국기원을 오갈 때도 자전거를 탄다.루이는 중국 국가대표였던 14년 전,한 휴양지에서 북경까지 600㎞나 되는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도 했다.

장9단은 타고난 만능 스포츠맨.축구 탁구 농구 배드민턴 등 못하는 운동을 세는게 빠를 정도다.중국 국가대표 시절에는 기공으로 마음을 다스리기도 했다.지금도 대국이 있는 날은 가끔 기공으로 기세를 다듬는다.지난 1990년,예기치 않은 사태로 부와 명예가 보장된다는 국가대표를 그만두고 홀연 중국을 떠나면서 인연을 맺은 한국생활이 어언 5년째. 이젠 음식도 보신탕 말고는 가리지 않는다.

이들의 소원이라면 계속 건강하게 한국에서 바둑을 두는 것이다.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바둑인생을 개척해 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목표를 놓치지 않는 도전과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그치는 집념이야말로 건강한 삶의 또 다른 비결’이라는 답을 얻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이언탁기자 utl@

◆명상의 건강학

격렬한 대국을 마친 프로기사들은 대부분 여진(餘震)처럼 엄습하는 공허감과 피로 때문에 늘어진 심신을 추스르기가 무척 힘들다고 말한다.

해서 프로기사들은 각자 나름의 건강법을 갖고 있다.조훈현 9단은 등산,서봉수 9단은 골프,이창호 9단은 테니스로 건강을 다진다.반면 루이는 명상으로 마음의 안정을 꾀하며,장주주는 단전호흡으로 기세를 벼른다.

루이의 명상은 정해진 법식이 없다.틈나면 조용한 대학 캠퍼스나 왁자한 거리를 걸으며 ‘복기(復碁)의 명상’을 하는 스타일이다.어떤 때는 반상에 시선을 붙박아 두고 무념의 명상 속으로 빠져 들기도 한다.30년 기력으로 체득해 낸 그만의 명상법이다.

이를테면 ‘천하의 도(道)도 내게 맞지 않으면무용지물이고,하찮은 것도 내게 맞으면 도(道)’라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장 9단도 중국 국가대표 시절,대국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기공을 수련했으나 중국을 떠난 뒤 시간 때문에 기공을 가까이하지 못했다.그러다 한국에 정착해 안정을 찾으면서는 대국을 앞두고 가끔 단전호흡을 한다.“정신을 한 곳에 모으고,내면의 기를 바둑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명상요가센터 윤주영 원장은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바둑기사가 틈틈이 걸으며 명상에 빠지는 것은 기의 순환을 정상화시켜 기력 발산에 좋다.”고 말했다.최근 방한한 틱낫한 스님의 ‘걷기 명상’도 그같은 이유에서 건강에 좋다고 덧붙였다.

윤 원장은 스트레스가 많은 전문직들을 위해 손쉬운 명상법도 소개했다.우선 편한 자세로 눕는다.팔꿈치는 바닥에 대고 자연스럽게 손을 모아 아랫배(단전) 위에 얹는다.조급함을 버리고,아랫배가 따뜻해졌다고 느낄 때까지 있는다.기운이 점차 아래로 가라앉으며 들떴던 호흡과 순환이 안정된다.

장소는 조용한 곳이면 된다.이런 방법에 익숙해지면 반가부좌 자세로 앉아서 아랫배에 손을 모으고 해도 된다.

심재억기자
2003-03-2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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