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진단/예산할당제

정책진단/예산할당제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2003-03-07 00:00
수정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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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편성 시기가 아니어서 동면에 빠져 있어야 할 기획예산처 예산실 직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오는 12일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 준비 탓만은 아니다.부처별로 예산총액을 정해주는 예산할당제(총액예산제)로 바꾸는 방안을 마련하느라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정부 부처 예산담당 직원들도 예산처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산할당제는 예산처가 세세하게 사용처를 정해주지 않고 부처별로 예산총액을 정해주면 부처가 자율적으로 구체적인 사용처와 규모를 정하는 제도다.이를테면 예산처가 문화관광부에 예산 1조 2000억원(올해 예산에 해당)을 주고 문화부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짜서 배정하는 방식이다.

배국환 예산총괄과장은 “예산할당제는 우리나라에서 시행한 적이 없고,시행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부처에 자율권을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예산할당제는 영국,스웨덴,뉴질랜드,호주 등 내각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원래는 부처에 자율성을 주기보다는 부처에 예산을 적게 주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복지국가인 이들 국가는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에 예산을 적게 주고 부처가 알아서 살림을 하라는 것이다.

정치적인 토양이 다른 데다 예산할당제를 도입하려면 부처 공무원의 전문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부처가 예산을 정하면 내각제의 특성상 의회에서 거의 그대로 통과되게 마련이다.하지만 우리같은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국회에서 다시 걸러지면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조세연구원 최준욱 연구위원은 “예산할당제가 성공을 거두려면 장관들이 예산집행에서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중장기 재정소요가 확대되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예산처는 각 부처의 예산운영 성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평가를 그 다음해 예산에 반영하는 등 예산편성 과정에서 ‘성과주의’를 강화하는 등의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

“예산할당제를 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도 같네요.”(과천청사 예산담당 사무관)

예산할당제가 부처에 자율권을 준다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부처 예산담당 직원들은 “예산한도를 할당받으려면 기초조사를 해서 근거를 제시해야 할 텐데,그 과정이 그동안 해왔던 예산편성 작업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부처마다 2명 안팎의 예산담당 직원으로 예산처가 하던 일을 떠맡아야 하고 감사도 별도로 받아야 할 판이다.

예산할당제는 이런 저런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전면적인 실시보다는 시범실시 쪽으로 결론날 것 같다.최준욱 연구위원은 “부처별 예산총액을 배정한 뒤에 사업별로 예산총액을 주도록 하는 게 좋다.”며 점진적 도입을 권고했다.예산처도 비슷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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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기자 jhpark@
2003-03-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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