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자본논리 앞세운 도심건축 유감

[발언대] 자본논리 앞세운 도심건축 유감

유상오 기자 기자
입력 2003-03-05 00:00
수정 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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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건물이 둘 있다.하나는 이제 곧 철거 운명을 기다리는 동대문운동장 앞 15층짜리 계림빌딩이고,다른 하나는 13층까지 골조가 올라간 덕수궁과 경희궁 사이에 18층 규모의 오피스텔이다.

도대체 어떤 사연의 건물일까.계림빌딩은 노장년층에는 계림극장하면 얼른 떠오른다.계림극장은 1946년부터 1992년 1월 말까지,한국전쟁 이래 70년대까지 청년시절을 보낸 이라면 누구나 이곳에 추억 한 두가지는 묻었을 것이다.영화산업 침체가 원인이 돼 1993년 이 극장부지에 지상 15층,지하 4층의 건물이 신축됐지만 10여년 만에 다시 철거된다고 한다.이유는 계림빌딩이 포함된 대지에 대규모 패션센터가 신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물론 이 빌딩의 철거를 놓고 서울시 관련심의위원회에서도 논란은 있었다.그러나 자본논리와 법적으로 철거에 문제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동대문패션시장은 계속 침체하는데 10여년밖에 안 된 건물을 철거하면서 대형패션쇼핑센터를 건립하는 사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한편으론 덕수궁 근처인 종로구신문로2가 106 일대에 연말에 입주하는 지상 18층,지하 7층짜리 오피스텔 공사가 지금 한창이다.미대사관 부지에서 약 130m,덕수궁에서는 200여m 떨어진 곳이다.이곳에 건축허가가 나 공사가 진행되자 덕수궁과 정동길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당혹케 한다.

지난해 말 이 부지에 아파트 70가구와 오피스텔 214가구가 분양을 시작했다.그러나 이 역시 현행법으로는 규제할 수 없는 사안이다.문화재보호법에 의한 국가지정 문화재(덕수궁)로부터 100m 이내에 건축할 때 적용하는 앙각 규정에 따른 높이제한도 할 수 없다.오래전 도심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고 사업승인과 건축허가도 1994년에 받아 강화된 문화재보호법을 적용할 수도 없다.또 오피스텔 부지는 덕수궁에서 200여m 떨어져 있어 문화재 경관보호 심의대상 자체가 안 되며 덕수궁터가 아니기 때문에 유물 유적 확인도 필요하지 않은 지역이다.

그러나 우리는 2001년 캐나다대사관 부지에 지상9층의 대사관신축을 분명 반대하지 않았던가.외교적 상호주의에 따른 결례를 무릅쓰고 반대한 것이다.지난해에는 미대사관내 15층짜리 건물신축을 거국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던가.새로 들어설 오피스텔은 덕수궁에서 볼 때,캐나다대사관보다도 직선거리로 20여m가 가깝다.외국인들이 이를 풍자해 “한국인이 하면 로맨스이고 외국인이 하면 불륜”이라 말할까 두렵다.이 건물이 완공된 뒤 미 대사관에는 또 어떤 명분으로 15층 건축불가를 요구할 것인가.

두 가지 소망이 있다.외국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계림빌딩을 존치시키면서 새로운 쇼핑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재검토할 수는 없는가.그리고 정동의 오피스텔을 9층으로 제한하고 손실부분은 시민사회와 지자체·정부가 공동 배상하는 방법은 없는가.

유 상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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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녹색도시위원장
2003-03-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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