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조절론 왜 나왔나/정·재계 불안감 감안 司正 ‘무리수 안둔다’

속도조절론 왜 나왔나/정·재계 불안감 감안 司正 ‘무리수 안둔다’

입력 2003-02-27 00:00
수정 2003-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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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치기 부작용 우려…원칙·합리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사정(司正) 속도조절론’을 밝혔다.취임 후 첫 수석회의를 주재한 자리인 데다 최태원 SK회장 구속 수감과 손길승 그룹회장 소환설,한화그룹에 대한 검찰수사 재개,정치인 추가 구속설 등으로 정치권과 재계가 꽁꽁 얼어붙은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노 대통령이 사정 속도조절을 들고나온 배경에는 기업인들과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좋지 않은 현실에서 사정한파에 따른 부작용을 우선 염두에 둔 듯하다.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개혁 추진을 피해 서울 강남의 부유층들이 해외로 대거 빠져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때문에 개혁 차원에서 부정부패나 비리,부도덕한 경영권 행사 관행은 바로잡되 집권 초반부터 국민이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무차별적인 사정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10년 전 출범한 김영삼 정부 때에는 집권 초부터 사정 열풍이 휘몰아쳤다.역대 정권을 볼 때 출범 직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정으로 분위기를 잡은 게 사실이다.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러한 ‘기획사정’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이와 관련,일부 정치검찰의 행태를 겨냥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 말기에는 미묘한 사안을 피해나가다 정권 초기에는 대통령의 의중을 나름대로 파악해 ‘알아서 수사하는’ 관행이 없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지난 22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SK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재벌개혁이)어떤 정치적 의도나 기획에 의해 이뤄진다면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성공할 수도 없다.”면서 “기획해서 본때를 보여주자는 식의 개혁은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이 사정 속도조절론을 제기했지만,사정 자체를 반대한 것은 물론 아니다.그는 “원칙을 세워 잘못한 것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하지만,그 과정은 아주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사정은 하되,사전 각본에 따른 게 아니라 원칙에 맞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이로 미루어 볼 때 ‘몰아치기식’은 아닐지라도 상당 수준의 사정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문재인 민정수석은 “검찰에 대해 사정을 자제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열심히 해달라는 뜻도 아니다.”면서 “어떤 의도를 갖고 사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곽태헌기자 tiger@
2003-02-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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