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꽃

[길섶에서] 봄꽃

정인학 기자 기자
입력 2003-02-26 00:00
수정 2003-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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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라고 한다.새 봄이 오는 소식을 앞장서서 알리는 꽃이다.동백꽃이 피고 지면 매화,산수유가 꼬리를 문다.봄꽃은 색이 고와 예쁘기도 하지만 새로운 계절이 오는 것을 알려 준다 해서 세상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꽃이라기보다 거역할 수 없는 섭리를 설파하는 화신(化身)일 게다.

봄꽃들은 봄 기운이 완연해져 들꽃들이 앞을 다투어 꽃망울을 터트릴 무렵이면 지기 시작한다.한순간에 아예 꽃 떨기를 떨군다.어렵게 꽃망울 터뜨렸으면서도 주저함이 없다.여름꽃이나 가을꽃처럼 꽃잎 하나씩 나풀거리며 머물게 해달라고 애원하지 않는다.시들어가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새로운 계절을 알렸으니 새 세상의 주인공에게 ‘자리’를 넘기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새 시대를 예고한다.역사는 발전한다.새로운 시대 정신을 만들고 가꿔야 한다.세상을 이끌 세대가 바뀌었다.봄꽃은 내년에 또 피어날 것이다.봄꽃의 섭리를 새겨볼 일이다.봄꽃의 미학을 배울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2003-02-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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