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광장]교권과 학내 인권

[젊은이 광장]교권과 학내 인권

김수민 기자 기자
입력 2003-02-15 00:00
수정 200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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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일이다.한 선생님이 교실에서 “앞으로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은 점수를 깎게 돼 있다.”면서 “차라리 몇대 때리면 될 일인데,너무 비인간적”이라고 푸념했다.그러자 몇몇 친구들은 “몇대 맞으면 되는데 점수를 왜 깎느냐.”고 맞장구를 쳤다.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별하지 못하는 철없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때 선생님의 속 생각이 어땠는지 짐작키는 어렵다.하지만 학생들이 성적을 깎아 내리는 벌칙보다 체벌이 ‘더 인간적’이라고 여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권이 무시되는 학내 풍토에 학생들이 고스란히 노출돼 왔기 때문이 아닐까.인권 경시의 풍토는 교문에서 학생들의 머리카락을 가위질했고,학생들에게 고분고분하게 지도를 받으며 졸업을 기다리게 했다.이런 분위기에서 타고난 욕망과 정상적인 의식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에게 학교는 ‘감옥’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졸업을 한다고 해서 그런 풍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사회의 일부에 편입되면서 또 다른 인권 사각의 현실을 경험하기 때문이다.언제부터인지 인권 경시의 현실은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수업시간에 매를 맞은 학생이 경찰서에 신고하고,선생님을 공공연하게 폭행하게 된 것이다.어른들은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교권이 실추되기 훨씬 이전부터 학교에서 인권이 실종됐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인권을 빼앗긴 학생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중할 수 있을 것인가.항상 그렇듯 인권의 빈 자리는 ‘힘’이 차지한다.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될 때,판단할 여유마저 사치스럽게 여겨질 때,궁지에 몰린 쥐의 심정으로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교육의 폭력 또는 폭력의 교육이 정당화되는 한,어른들이 학생들에게 충격을 받을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청소년헌장’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공포와 억압을 포함하는 정신적인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펼칠 권리’,‘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건전한 모임을 만들고 올바른 신념에 따라 활동할 권리’ 등을 부여하고 있다.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얼떨결에 선물을 건네 받기는 했으나,손을 내민 어른들은 다시 선물을 거두어 가는 재주가 탁월했다.

이제 이 같은 반인권,반인륜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교직원,학부모가 노사정위원회와 비슷한 구조의 기구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하고 싶다.제약을 극복하고 권리를 찾는 일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몫이다.때문에 학생들이 직접 ‘청소년헌장’에 명시된 ‘자신의 삶과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참여할 권리’를 부르짖어야 한다.

어떤 졸업생이 체벌을 가한 선생님을 찾아가 “지도 덕분에 훌륭히 자라났다.”고 고백했다는 소문을 듣고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한창 자라는 학생들을 기존질서에 맞춰 무조건 가지런하게 줄세우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학내 인권 보장을 위한 노력에 학생들과 함께 나설 생각이다.어른들도 적극 동참해 주길 기대한다.학생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고 깨어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김 수 민
2003-02-1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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