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忌 소재 깨는 드라마 봇물

禁忌 소재 깨는 드라마 봇물

입력 2003-02-11 00:00
수정 200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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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SBS)은 도박,‘러브레터’(MBC)는 사제의 사랑,‘무인시대’(KBS1)는 고려무신정권,‘아내’(KBS2)는 두 사람의 부인….요즘 방송가의 최신 유행은 ‘금기 깨기’다.그동안 터부시되어오던 소재를 다룬 드라마들이 봇물 터지듯 하고 있다.

‘올인’은 프로도박사를 주인공으로 삼아,기획단계에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최완규 작가가 제작발표회장에서 아예 “욕먹을 각오 단단히 했다.”고 공언했을 정도.신부의 사랑을 그린 ‘러브레터’의 오경훈 PD도 “논란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 현직 가톨릭 신부를 자문역으로 영입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밝혔다.

‘아내’는 82년 동명작을 리메이크하면서 두 아내로 인한 갈등을 좀 더 강조했다.제목도 ‘두 아내’로 할지를 오랫동안 고민했다는 후문.그러나 방송사 내부에서는 “한국의 일부일처제를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공영방송 KBS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한다.

‘무인시대’는 금기시되어온 고려 무신정권 시대를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정통사극이다.무신정권 시대는 “군부 쿠데타를 미화·정당화한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피해왔던 소재다.윤창범 PD는 “오히려 정권을 잡은 군인들이 어떻게 필연적으로 부패·몰락해가는지 추적해,역사의 교훈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TV드라마들이 소재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일단 신선해 보인다.연출자들이 모두 40대의 젊은 감독들인 탓일까.이들은 금기 소재를 단순히 이야기 전개를 위한 매개체 정도로만 활용하거나(‘올인’‘러브레터’) 다른 관점으로 해석해(‘무인시대’‘아내’) 논란의 여지를 줄이는 세련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종수 SBS 드라마 총괄CP는 “도박을 단순히 승부를 내는 매개체 정도로만 활용,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물론 도박을 잘 모르거나,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이해·몰입하도록 만들어,시청률까지 노린다는 계산도 들어있다.

금기는 그 소재를 다루는 것이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에 생겼났을 터이다.TV드라마들이 공중파 방송답게 책임감 있는 태도로 금기영역들을 정복해갈 수만 있다면,방송 소재의확대는 환영할만한 일이다.여론 검증 과정이 될 시청자들의 반응을 기다려보자.

채수범기자 lokavid@
2003-02-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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