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男女女] 매너좋은 남자 매너없는 남자

[男男女女] 매너좋은 남자 매너없는 남자

이순녀 기자 기자
입력 2003-02-06 00:00
수정 200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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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대하는 한국 남성들의 매너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될까? 모르긴 해도 그다지 후한 점수를 받을 것 같진 않다.가부장적 전통이 뿌리깊은 우리 사회 남성들을,어릴 때부터 ‘레이디 퍼스트’에 길들여온 서양 사회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 무리이긴 할 것이다.그러나 솔직히 지나치다 싶을 만큼 무관심한 측면이 없지 않다.(물론 매너는 여성에게도 중요하다.하지만 기자가 여자이므로 여기에선 남성에 초점을 맞추겠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뒷사람을 위해 출입문을 잡아주거나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까지 버튼을 눌러주는 ‘매너 좋은’ 남자를 적지않게 볼 수 있다.그런 남자는 풋풋한 20대 청춘이든,흰머리 희끗한 60대 노년이든 똑같이 매력적이어서 다시 쳐다보게 된다.

여자가 말을 꺼내면 자신이 할 말이 있어도 양보하고,음식점에서 주문할 때 여자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는 남자 역시 기분을 산뜻하게 한다.길을 걸을 때 표나지 않게 여성을 인도 안쪽으로 걷게 하고,자리에 앉을 때 의자를 빼주는 남자를 만나면 소액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잠깐 행복하기까지 하다.

반면 함께 식사하러 가서 상대방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고 후다닥 먼저 밥그릇을 비우거나,그것도 모자라 그 자리에서 담배를 피워무는 남자는 정말 참기 힘들다.보폭이 좁아 거의 뛰다시피 하는 여자는 아랑곳없이 혼자 씩씩하게 앞서 걷는 남자도 멋있어 보이진 않는다.

매너와 담을 쌓은 남자들은 ‘그까짓게 뭐 대수냐.’‘남녀평등을 부르짖으면서 일상에선 대접받길 원하느냐.’며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다.‘남자는 진실한 마음이 중요하지 밖으로 드러나는 그럴 듯한 행동에 현혹돼선 안된다.’는 근엄한 충고도 들린다.심지어 ‘매너가 좋은 남자는 바람둥이일 확률이 높으니 조심하라.’는 훈계까지 곁들인다.하지만 솔직히 말해 ‘공주병 환자’ 소리를 듣더라도 이런 특별 대우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매너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다.일시적으로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행동은 금방 밑천이 드러나지만 오랜 시간 습관으로 다져진 매너는 흐르는 물처럼 상대방을 편안하게 한다.연애할 땐 손바닥만한 여자친구의핸드백도 무겁다며 대신 들어주는 ‘과잉 친절’을 베풀다가 결혼과 동시에 매너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무덤덤한 모습이 우리나라 남성 대다수의 자화상이다.

매너는 아는 사람보다,오히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빛을 발한다.낯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문을 잡아주는 사소한 매너가 팍팍한 세상을 한결 부드럽게 하는 윤할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남자들이여,매너있는 남자를 바람둥이로 몰 게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신경들 좀 쓰시면 어떨까.매너가 일상화되면 매너 좋은 남자에 혹했던 여자들도 제자리로 돌아올테니,쓸데없는 염려는 붙잡아매도 될 듯 싶다.

이순녀기자
2003-02-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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