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e혈전증

[씨줄날줄] e혈전증

이건영 기자 기자
입력 2003-02-03 00:00
수정 2003-02-0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오래도록 꼼짝않고 있으면 없던 병도 생기게 된다.비행기 내부는 낮은 습도와 낮은 기압으로 생체리듬이 깨지기 쉬운 곳이다.이런 비행기의 좁은 좌석에서 장시간 앉아 있으면 갑갑증을 느낀다.심하면 피떡(혈전)이 생겨 정맥을 막아,다리가 붓거나 호흡곤란 등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킨다.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일반석인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으로 별칭되는 병이다.심정맥혈전으로 보면 된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질환이 문제가 됐다.지난해 11월에는 장거리 항공여행 후 혈전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승객 56명이 영국 고등법원에서 보상금을 받기 위한 법정투쟁을 시작했다.국내에서도 이 병과 관련됐다고 추정되는 사고가 보고되고 있다.건교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낸 의원 요구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항공기내 및 공항 착륙 직후 사망한 승객 48명 중 이 병으로 의심되는 승객은 27명에 이른다는 것.

그러나 컴퓨터도 비행기와 똑같은 질환을 인간에게 준다고 한다.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어도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과 같은 ‘e혈전증’이 생긴다는 것이다.충격적이다.영국의 BBC 방송은 최근 ‘유럽호흡기질환 저널’ 최신호를 인용,뉴질랜드에 거주하는 32세의 한 남성이 하루 18시간씩 컴퓨터를 사용한 뒤 ‘e혈전증’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이런 환자가 공식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국내서도 점차 컴퓨터와 관련된 사고가 눈에 띈다.지난해 10월 중순에는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10대 소년이,10월 초에는 20대 남자가 86시간 동안 인터넷 카페에서 게임을 하다 사망했다.2001년에도 밤샘 게임을 하던 30대 남자와 25살 대학생이 숨지기도 했다.모두 ‘e혈전증’과 관련된 사고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되는 세상이 됐다.눈 뜨고 잠 잘 때까지 학생은 학생대로,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지내야 한다.그러나 뭐든지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모양이다.‘e혈전증’이란 용어가 ‘사이버 중독’과 함께 귀에 익을 날이 머지않았다.컴퓨터 앞이라도 가끔씩 팔다리를 움직여 보자.내 몸을 누가 챙기겠는가.

이건영



seouling@
2003-02-03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