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머니의 손

[길섶에서] 어머니의 손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3-01-28 00:00
수정 200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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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우리 집안의 식구 가운데 가장 키가 작다.하지만 손은 가장 크다.어릴 때 나에게 하셨던 것처럼,손자들이 올 때마다 그 큰 손으로 가장 큰 사발에 밥을 듬뿍 담아주신다.머슴의 밥그릇보다 더 수북하다.

손자들이 밥이 많다고 투정하면 마지못해 밥을 덜어주신다.그 때 어머니의 손은 세상의 누구 손보다 작아진다.밥을 덜어냈다는 표시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다.어머니는 손자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밥을 꾸역꾸역 집어넣는 데도 마냥 흐뭇해 한다.

자식들의 입으로 밥이 들어가는 모습과 오랜 가뭄 끝에 제 논에 물이 흘러드는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했던 옛 사람들의 말이 새삼 생각난다.

나도 어릴 땐 내 아이들처럼 어머니가 수북이 담아주는 밥이 싫다고 투정을 부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그러면서도 담다만 듯한 어머니의 밥그릇에는 눈길이 미치지 못했다.어머니의 그 큰 손이 마냥 그립다.

우득정 논설위원

2003-01-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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