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다양한 한국영화 만나고 싶다

[굄돌] 다양한 한국영화 만나고 싶다

김민식 기자 기자
입력 2003-01-27 00:00
수정 200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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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라는 영화를 보려고 복합상영관을 찾았더니 벌써 내렸단다.열 개 가까운 스크린에 정작 보고싶은 영화는 없고,할리우드 대작들과 한국 코미디 영화만이 있었다.

복합상영관,하나의 극장에 열 개의 스크린! 영화광에게 성찬이 될 것이라 기대했으나,사실 그 식단이 그리 풍성하진 않았던 것 같다.우리 관객의 편식 성향이 심해서인지,지난 한 해,한국 영화 중 성공한 장르는 딱 하나,코미디 영화 뿐이다.

2001년에 시작된 조폭 영화 붐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맹위를 떨쳤다.조폭이 학교도 가고,절에도 가고,이사도 가고,룸살롱에도 가고,여동생 시집보내러 결혼식장까지 갔으니,참 이분들 바쁘시다.이제 그 조폭 코미디의 흥행 기세가 꺾이나 했더니,보기 민망한 성적 농담에 화장실 유머를 섞은 섹스 코미디가 새로운 한국 영화의 흥행코드로 등극했다.코미디 영화는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진화 발전(?)하는 반면,새로운 장르에 대한 한국 영화의 다양한 실험은 관객에게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자본의 제약으로 좀처럼 시도하기 힘들었던 한국형 SF 영화의 새로운 시도들은 시장의 외면으로 오히려 충무로 자본줄의 경직을 가져오는 역효과만 낳았다.

한국 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다양한 장르에의 실험은 번번이 고배를 마심으로써,‘한국 영화로 돈 벌려면 코미디 영화를 해야 한다.’는 일부 제작자의 소신만 굳히게 했다.

코미디 PD로서 코미디 영화의 이러한 붐이 달갑지 않은 건 아니다.코미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국민은 행복한 국민이다.다만 영화광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코미디 영화의 흥행 붐이 영화 산업의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손상시키고 종래에는 한국 영화의 쇠락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열 개의 스크린에서 다양한 한국 영화를 만나고,그런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사랑하는 진정한 영화광들을 만나고 싶다.

MBC PD



김 민 식
2003-01-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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