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북핵 위기, ‘제2의 페리’ 필요하다

[데스크시각] 북핵 위기, ‘제2의 페리’ 필요하다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2003-01-17 00:00
수정 2003-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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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조정관' 美에 적극 요구를 부시행정부 대북정책 혼선 심각

북한핵 문제가 시작된 이후,부시 행정부와 접촉해온 우리 외교관들은 사석에서 미국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불만을 종종 토로한다.

실제로 여러 사안에서 부시 대통령이 하는 말과 외교안보의 핵심 라인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의 말이 제각각인 경우가 되풀이돼 왔다.

이런 혼란은 사실 지난해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계속되고 있다.고위 관리들뿐 아니라 차관,차관보급 인사들 사이에서도 강온 발언이 뒤섞여 혼란을 가중시킨다.방송 시사프로에 등장하는 상하원 의원들의 엇갈리는 대북관,정책훈수까지 더하면 대북정책을 둘러싼 난맥상은 가위 백가쟁명 수준이다.

이 때문에 우리의 대미 외교는 부시 행정부의 진의파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물론 핵위기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마땅히 북한의 핵개발 포기에서 찾아야 한다.하지만 이 문제를 일단 차치할 경우,북핵위기가 이렇게 계속 악화된 데는 부시 행정부의 난맥상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본다.

공과에 대한 평가는 다르겠지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지금과 비교해 훨씬 더 일관성을 유지했다.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8월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자 곧바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 조정관에 임명,전권을 맡겼다.페리 조정관은 본인의 정치적 입지와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남북한을 오가며 이듬해 9월 페리 보고서를 완성했다.이 보고서를 토대로 미사일위기는 극복됐고 북·미 관계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성사 직전 단계까지 발전될 수 있었다.

현재 부시 행정부의 특사역은 며칠 전 서울을 다녀간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가 맡고 있다.하지만 그의 역할은 페리 조정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다.그가 파월 장관의 지시를 받아 서울에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이튿날 워싱턴에서 럼즈펠드 장관이나 라이스 보좌관,존 볼튼 국무부차관 같은 강경파 인사들이 정반대의 톤으로 이를 뒤집어 버리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해 종합적인 ‘로드 맵(road map)’을 하루 빨리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그리고 이를 위해 페리 조정관처럼 행정부와 의회의 강온파 사이에 휘둘리지 않을 만한 중량급 인사를 대북 조정관에 임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북 조정관은 부시 행정부 출범 때 필요없다며 없앤 자리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부활시키는 일이 수월치는 않을 것이다.그리고 북핵문제 해결을 크게 서두르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부시 행정부 내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우리가 적극 나서서 제기해야 할 것으로 본다.미국은 우리와 달리 의회의 영향력이 막강하다.행정부가 쉽게 응하지 않으면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외교나,그쪽 언론을 통해 분위기를 잡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학자,전직 주미 대사 등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기존의 대미 커넥션을 총가동시켜 원격지원 체제를 갖춘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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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1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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