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장애 딛고 정훈기씨 대학졸업 5년만에 SK 합격

뇌성마비 장애 딛고 정훈기씨 대학졸업 5년만에 SK 합격

입력 2003-01-10 00:00
수정 2003-01-1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겨우 성인식을 치른 기분입니다.이제부터는 장애가 있어도 결코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지난 1994년 선천성 뇌성마비 중증 장애를 딛고 서울대 임산공학과에 합격,화제가 됐던 정훈기(鄭勳基·사진·29)씨가 98년 대학을 졸업한 지 5년만에 대기업 공채의 ‘벽’마저 뛰어넘었다.

9일 SK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그룹 신입사원 공채 때 60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새해부터 시스템통합(SI) 업체인 SK C&C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있다.

3급 뇌성마비 장애인이 대기업에 입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사실 대학 입학 당시부터 ‘뇌성마비 장애인 최초의 서울대생’으로 톡톡히 유명세를 치른 정씨에게도 취업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외환위기 탓도 컸지만 대학 졸업 직후 작은 벤처기업에서 6개월 동안 업무보조를 할 수 있는 ‘수습’ 역할을 맡았을 뿐 중증 장애인인 그를 정식으로 채용하려는 곳은 없었다. 그러나 정씨는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99년 봄부터 일년간 일본재활협회에서 실시하는 ‘더스킨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리더 육성사업’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것.

당시 일본국립재활센터에서 시각,청각,소아마비 등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4명의 아시아인과 함께 생활하며 공부한 경험을 담아 2000년 12월 ‘도전만이 희망이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정상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러 SK에 입사한 그는 “비로소 부모님 그늘을 벗어나 명실상부하게 성인식을 치른 기분”이라고 환하게 웃었다.명문대 입학,대기업 입사의 ‘꿈’을 이룬 정씨의 다음 꿈은 자신과 같은 ‘핸디캡’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IT엔지니어다.

박홍환기자 stinger@
2003-01-10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