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증세만으론 부족하다

[건강칼럼]증세만으론 부족하다

이원로 기자 기자
입력 2002-12-30 00:00
수정 2002-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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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이 모여들고 바람이 일면 대체로 비가 내린다.그러나 바람이 분다고꼭 비가 오지는 않는다.여러가지 기상조건이 어우러질 때 비가 오므로 한가지 조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그 결과를 속단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의사들이 질병을 진단하는 과정도 이와 흡사하다.의대생이 견습의사로서 수업을 시작할 때 처음 받는 교습은 환자가 느끼는 자각적 증상을 논리있게 끄집어 내어 정리하는 병력채취이다.배나 머리,가슴이 아플 때 같은 증세라도그 원인은 여러가지이므로 이를 감별할 수 있는 진단이 필요하다.또 증세만으로는 정확히 진단하기에 부족하므로 추가 정보가 요구된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우리의 오관을 총동원하여 환자를 들여다보는 이학적 진찰이다.눈으로 관찰하고(시진),귀로 듣고(청진),두들겨보고(타진),만져보고(촉진),냄새를 맡아(요즈음에는 유용성이 낮아 거의 사용하지 않음) 질병의 내용을 파악한다.

그러나 상당부분의 질병에서 이학적 진찰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에 도달키 어렵다.따라서 혈액검사나 내시경,영상기기 등을 통한 검사가추가된다.증세의 심한 정도에 따라 대체로 질병의 무겁고 가벼움이 가려지긴 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말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이나 당뇨는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는 증세가 없으므로 혈압을 재보고 혈당검사를 해야 진단이 가능하다.고지혈증도몸속의 중요장기가 동맥경화로 계속 망가지는데도 혈관손상이 어느 한계치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증세가 없다.

조기 암의 경우도 이치는 같아 증세로 암을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적차원에서 시행한 진단기법으로 질병을 찾아낸다.우리 몸속의 감각기관이 절묘하긴 하나 질병의 초기에 이를 포착하여 알리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다.

Q씨는 3개월전부터 등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처음엔 의자에 앉아 사무를볼 때 긴장이 되어서 그렇거니 생각하고 자세를 조심하고 목욕과 찜질로 아픈 부위를 달래보았다.

그는 평소 술 담배를 안하고 운동과 올바른 섭생 등 모범적 건강관리를 하던 분이다.

통증이 좋아지는 기색이 없자 침과 뜸으로 4∼5주를 다시 허비하고 나서 인근 정형외과를 찾았다.등뼈 사진을 찍어보니 약간의 퇴행성 변화가 있을 뿐이었다.의사가 큰 문제 없으니 약을 쓰면서 물리치료를 병행하자고 해 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이 더 심해지고 소화도 안됐다.결국 정확한 진단을 위해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Q씨가 입원해 내시경과 CT등 여러가지 검사 결과 진단받은 병명은 많이 진행된 위암이었다.위암조직이 췌장을 침범하고 주위에 있는 신경조직과 뒤범벅이 되어 그렇게 등이 아팠던 것.Q씨는 현재 문제에 대한 치료계획을 강구중에 있다.

진단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증세는 불가결의 요소이다.그러나 증세만으론 부족하다.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퇴치하려는 현대의학에선 더욱 그러하다.
2002-12-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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